“내가 가진 만큼 나누며 살아야죠”

 

시와 산문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삶
기다리는 이웃 있으니 멈출 수 없어


 

 

함께 있으면 들꽃 같은 은은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외모에서 풍기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서 말과 행동으로 흘러나오는 것이어서 오래 맡고 있어도 싫지 않다.

고아로 자란 어린 시절
“부모 없이 자란 어린 시절에는 온양에 있는 미군 병원에서 살기도 하고 친척집으로 돌아다니며 살기도 했어요. 모심기 도우러 갔다가 새참만 먹고 도망치기도 했고 죽을 하도 먹어 지금까지도 보리밥과 죽은 입에도 안대죠. 그래도 당시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지냈던 시절이었어요. 그 도움을 이제는 내가 남에게 전해줘야죠”
합정동에서 황토마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맹광주(69)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춘다. 누구나 힘들게 살아야했던 시절이었고 힘든 시간들은 빨리 잊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는 그 시절을 잊는 대신 자신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보살피거나 먼저 나서서 도우며 70평생의 삶을 이어왔다.
“다른 사람을 돕는 건 돈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돈이 없으면 내가 쓸 돈을 조금 줄이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되니까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우리가 방문하는 날이면 종일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안갈 수가 없죠. 우리 주변에도 연탄난로 하나로 한 겨울을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들여다보면 정말 가슴 아픈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맹광주 대표는 한 달 동안 음식점에서 버는 돈 중 40~50만 원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밥 봉사 단체에는 매달 쌀 40킬로씩을 전하는 등 이웃들을 돌아보는 삶이 이제는 일상생활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희망 없이 살던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작은 희망을 찾는 바로 그 순간이다.

시와 문학으로 하루를 돌아봐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도와준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군대 가기 전부터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도 했고 텔레비전에 나온 소녀가장의 어려운 사연을 듣고 수소문해서 도와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아이들이 모두 장성해서 사회에서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런 일들이 제일 뿌듯하죠”
평생 받았던 많은 표창장 중의 90%도 봉사를 하며 받은 것이지만 맹광주 대표가 일상생활에서 봉사 못지않게 열심히,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매일 일기를 써요. 시나 산문도 쓰구요.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 글을 쓰는 동안 항상 생각하는 것은 내면에 잠재돼 있는 ‘나’ 자신이죠. 젊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한때 지역 정치인을 도와 국회사무처에 근무할 당시 그분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많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40대부터는 무료로 주례를 서주기 위해 신문이나 책에서 좋은 내용이 있으면 스크랩도 했구요”
글을 쓰는 삶은 이제 그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이따금씩 스크랩 해 놓은 자신의 글들을 들춰보며 삶을 반추하고 있다는 맹광주 대표는 분량만 해도 상당한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어느새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가진 만큼 나누는 삶
“남을 돕는 일은 가족의 이해 없이는 힘든 일이에요. 봉사단체에서 어르신들에게 밥 봉사를 할 때는 아내를 데리고 갔었는데 그때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었는지 이젠 나보다도 먼저 매달 그분들에게 전할 쌀을 챙기는 것을 보면 참 예쁘고 고맙죠. 식당 하면서도 동네 노인정에 이것저것 챙겨드리고 혼자 사는 어르신 반찬봉사도 가고, 그게 우리 부부의 소소한 행복이에요”
맹광주 대표는 자녀들에게도 부모에게 줄 선물 대신 직접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 ‘황토마을’에서는 자원봉사증을 가진 사람에게 30% 할인도 해준다. 보이지 않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넓은 집을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힘들 때 주위에 손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건 얼마나 외로운 일이겠어요. 그런데 반대로 나는 누군가가 힘들 때 손 잡아줄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좋은 마음도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나쁜 마음도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죠. 그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 자신이 변화되는 법이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아니겠어요?”
봉사하러 갔다가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드리려 했던 물건을 다시 갖고 나올 때 가장 속이 상한다는 맹광주 대표, 어려운 이웃들이 이미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있으니 그걸 어쩌겠냐고 되묻는 맹광주 대표는 한줌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마음 간직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고 매년 이어왔던 작은 소망 하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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