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내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죠”

 

중소기업 관리직에서 보안업체 직원으로
적극적으로 바뀐 삶, 가족의 소중함 알아


 

 

우리의 삶은 오늘이 가장 최고이거나 최하일 수 없다. 그것은 내일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 20여년
“대학 다닐 때 행정고시를 준비했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공직에 몸담고 싶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그 꿈을 포기해야 했죠. 마음이 아팠지만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대학 4학년 때 중소기업에 취직했는데 그 한 직장에서 내 모든 청춘을 다 보냈죠”
삼성물산 고덕산단 에스텍시스템 보안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정우(52) 씨는 마치 첫사랑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듯 지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북 구미의 시골마을에서 자라 경희대 행정학과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유학을 오게 된 이야기, 이후 졸업도 하기 전에 중소기업에 취업해 바쁜 삶을 이어갔던 이야기는 어쩌면 행복한 시절의 서막처럼 잔잔했다.
“일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한 적도 많았어요. 그러는 사이 직급은 점점 올라가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가게 됐죠. 1990년 초반, 회사에서 평택항 모래사업을 인수 맡게 되면서 관리 책임자로 평택에 내려오게 됐는데 그땐 모래사업이 활기를 띠던 때라서 정말 정신없이 일했어요”
박정우 씨는 당시를 낮과 밤도 없이 일에 매진했던 때라고 회상한다. 회사에서 투자한 50억 원을 6개월 만에 회수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모범사원 표창을 받기도 하고 관리자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것은 그를 점점 더 일에 매진하게 하도록 만들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열심히 일한 만큼 회사가 어려워지며 겪게 된 변화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좌절 속에 만난 삶의 이면들
“2004년도부터 환경단체에서 제재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바다모래를 취급하다 보니 어족자원문제도 생기고 그 모래로 지은 아파트가 부실공사 문제로 연결되면서 사업이 급속히 악화된 거죠. 시설은 있는데 가동을 못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결국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게 됐고 그 대상에 제가 포함됐죠”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3년을 한 직장에서 보낸 박정우 씨는 당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그건 일종의 배신감이었고 비참함이었다. 그러나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만큼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자동차중고매매센터에서 일을 배우기도 했고 보험회사에서 일해 보기도 했지만 그 일들은 그와 인연이 되지 못했다.
“20여 년 동안 관리자로 인정받았던 이력은 직장을 얻는 데 어떤 스펙도 되지 못했어요. 만일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 해도 나 같은 사람보다는 젊고 능력 있는 사람을 쓰겠다 싶었죠. 그러다 아내의 권유로 평택시일자리센터에 등록을 했는데 이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중장년일자리 취업박람회가 있다는 문자를 받게 된 거예요. 이후 그곳에서 이력서 작성법이나 마인드교육, 금융교육 등 중장년 재취업도약 프로그램 교육을 받으며 취업에 관한 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죠”
박정우 씨는 평택상공회의소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적극적으로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공회의소에 드나드는 동안 고덕산단에 입주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조성공사 현장에서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스텍시스템이 직원을 구한다는 정보를 듣게 됐고 그 다음날 면접을 본 뒤 새로운 일자리도 얻었다.

도전으로 만나게 된 새 삶
“예전에 비해 월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아침마다 출근할 곳이 생겼다는 게 참 행복해요. 오전 6시부터 근무하는 저를 위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것도 제겐 새로운 행복이었죠. 전엔 아침식사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고 가족들과도 제대로 얼굴 볼 새가 없었는데 말예요”
박정우 씨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아내가 가장 고맙다고 말한다. 지금은 아내보다 먼저 퇴근한 그가 집안일도 거들어 주고 얼마 전에는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자는 제안도 했다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보다 나이는 많지만 소통하고 호흡하려고 해요. 대신 경험이 많으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야기도 해주면서 나이어린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죠. 예전에 비해 제 스스로 변한 것이 있다면 인생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게 됐다는 거예요. 인생은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열려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평생 한 직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박정우 씨, 감내해야 할 고통의 순간들을 통해 삶의 더 소중한 것들을 찾게 됐다는 그는 만일 지금 어딘가에서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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