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죽음도 모두 미리 준비해야죠”

 

교회 없는 목회자, 암 환자와 함께 해
호스피스·웰다잉연구소, 죽음 이해해야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이유는 아마도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모태에서 이어진 운명적 신앙
“목회자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어요. 모태신앙이어서 어려서부터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라왔고, 항상 어머님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거든요. 저는 교회는 없지만 설교욕심이 많은 목사예요. 지금은 굿모닝병원 로비에서 매주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죠. 그것도 하나님이 제게 주신 소명이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목회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평택굿모닝병원 내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하고 있는 박종승(58) 목사는 팽성읍 안정리에서 오랫동안 목회활동을 하며 팽성기독교연합회장까지 맡아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던 그가 2000년도에 잠시 목회를 접어야 했던 건 갑자기 찾아온 당뇨로 인해 설교 도중 두 번을 쓰러지는 등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신도 중 암 환자가 있었는데 쉬는 동안 그 환자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몇 군데 다른 지역에서 암 환자를 돌보는 봉사를 하다가 호스피스를 알게 됐어요. 마침 그때가 평택굿모닝병원을 새로 건축할 즈음이었는데 2001년 9월에 제 뜻을 이해한 병원 이사장님의 도움으로 병원 내에서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하게 된 거죠”
박종승 목사는 특히 굿모닝병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호스피스에 대해 병원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공사를 시작한 병원 신축 건물에는 호스피스완화병동을 만들기 위해 한 층을 더 설계하기도 했는데 이런 일련의 일들에 대해 박종승 목사는 ‘물질’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닿았기 때문일 거라 설명한다. 

‘평택호스피스’와 ‘웰다잉연구소’
“호스피스가 하는 일은 말기암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그리고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신체적·정서적·영적으로 돕는 일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분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고 죽음이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박종승 목사는 이 일을 오래 해오는 동안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확실하게 깨닫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은 생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재 삶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더욱 겸손한 삶을 이어가게 하며,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런 그가 올해 새롭게 준비하는 사역은 바로 ‘웰다잉연구소’, 즉 죽음을 잘 맞이하는 방법들에 대해 교육하고 연구하고 일이다. 
“저도 죽음이 두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주변에서 많은 죽음을 접하는 동안 삶과 죽음이 이어져 있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맞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 잘 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리 잘 죽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박종승 목사는 죽음을 생각하면서부터 더 겸손해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고 전한다. 그러기 위해 그가 자주 쓰는 말 중 하나도 ‘웰 다운’ 즉 ‘잘 내려놓기’다. 가진 것을 버리고 내려놓는 일, 쉽지 않은 그 일은 죽음을 생각하며 얻게 된 소중한 생각들이다.

목회자로 은퇴하고파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죠.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듯이 지금 나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나누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결국 내 사랑이 내 자식과 이웃에게로 전해져 사랑의 대물림을 실천하는 첫걸음이 되기도 하죠”
박종승 목사는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 그중 분당에서 IT연구원으로 일하던 아들이 얼마 전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건 어려서부터 보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박종승 목사의 어머니가 그를 목회자로 이끌기 위해 기도했듯이 지금은 아내가 목회자의 길을 가려는 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 별명이 ‘LPG’였어요. 원칙만을 고수해서 신앙의 원칙에 어긋나면 불같이 폭발한다는 뜻이 담겨있었죠. 지금도 원칙을 고수하는 건 변함없지만 그래도 많이 부드러워진 건 사실이에요. 언젠가 하나님이 제게 다시 교회 안에서 목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목회자로 은퇴하는 게 제 꿈이죠”
누구나 타인에게 아픔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박종승 목사, 만일 누군가가 내게 아픔을 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한발 물러서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거라고 조언하는 박종승 목사는 인터뷰 도중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전화 내용은 지금 임종을 앞둔 암 환자가 있으니 빨리 와서 그에게 마지막 기도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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