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만날 때 가장 행복하죠”

 

바쁘게 살아온 삶, 사람이 큰 재산
유한한 삶에서 하고 싶은 일 찾아야

 

 

우리는 얼마나 많은 꿈들을 포기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는 꿈들을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가 과연 있기는 했었을까. 

25년 경력의 삼성생명 FC
“지금은 모든 호칭이 FC 보험설계사(Financial Consultant)로 바뀌어 전문가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예전에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힘든 일도 많았어요.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잡다보니 본래 수줍고 내성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목소리 크고 어디서나 당당하게 나서는 내가 되어있더라구요”
삼성생명 동평택지점에서 FC로 근무하고 있는 이희부(56) 씨는 삼성생명에서만 25년을 근무한 보험업계의 베테랑이다. 새내기가 베테랑이 되기까지 수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그녀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결혼 후 처음 객지에 와서 영업을 시작한 자신에게 선뜻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었던 이웃과 동료들이었다.
“둘째 임신 후 7개월이 될 때까지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며 평택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첫째가 다섯 살 때 보험을 시작했는데 둘째 낳고도 일을 쉴 수가 없어 지인에게 맡겨두고 일을 했죠. 열심히 일한 덕분에 250만원 전세방에서 31평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는 정말 꿈꾸는 것 같았어요”
이희부 씨는 전국 1위를 차지하는 영업소에서 70여명의 설계사를 진두지휘하는 수석팀장이었다. 당시 공무원 남편의 월급이 적다고 느껴질 만큼 꽤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무엇이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하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은 진리였다.

여행, 글쓰기, 사진은 나의 꿈
“어느 날인가 물체가 두 개로 보이고 고개가 자꾸 옆으로 기울더라구요. 그래서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뇌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재검사 하는 날, 뇌 촬영을 하는 캡슐 안에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바쁘게 지내느라 아이들 운동회 한 번도 못가보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도 한번 못 해봤는데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거든요”
이희부 씨는 다행히 병의 원인이 뇌가 아니어서 복시현상을 고치기 위한 눈 수술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에 깊이 들여다 본 자신의 마음속에는 어려서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몇 가지 꿈이 숨어있었고,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찾게 된 그녀의 꿈은 바로 여행, 글쓰기, 사진이었다.
“그때부터 팀장자리를 내려놓고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시골 도서관 책을 모두 다 읽을 정도로 책벌레였고 혼자 조용히 앉아 글 쓰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도 배우기 시작했죠.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도 다녔고 내가 싫은 건 억지로 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비록 돈벌이는 줄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점점 더 행복해지더라구요”
이희부 씨는 언제든 틈이 나면 지인들 몇몇과 훌쩍 여행을 떠난다. 쉰 살이 되던 해에는 혼자 하는 여행도 시도했다. 이런 그녀가 그동안의 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다름 아닌 가족, 그리고 돌아와 쉴 수 있는 집의 소중함이었다.

가족,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듯이 인생에도 동반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고객들을 상대로 비겁하지 않게 당당히 일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공직에 있는 남편이 언제나 내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니까요. 그런 남편과 함께 착하고 긍정적으로 잘 자라준 아이들은 내 가장 큰 백그라운드죠”
이희부 씨는 스스로를 가리켜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 ‘가슴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생의 유한함을 체험한 후 알게 된 값진 깨달음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 자신만큼 타인의 삶도 소중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알게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가 쓴 시와 내가 찍은 사진들을 합쳐서 책 한 권을 내는 것이 소망이에요. 그 책이 나오면 그동안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준 고객 100명을 초대해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FC 활동을 마무리 할 거예요. 내 업무를 대신 맡아줄 능력 있는 후배도 소개하구요. 시작할 때보다 그만 둘 때 어떻게 좋은 모습으로 그만둘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요즘 제 화두죠”
어느 순간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지향점을 180도 변화시켰다는 이희부 씨,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는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평소의 생각처럼 오늘도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커피 두 잔을 사들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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