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행복한 노후 꿈꿔요”

 

온 가족이 근검절약 습관 몸에 배어
표현하지 못한 말, 이젠 전하고파

 

 

예나 지금이나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참 서툴다. 아니 어쩌면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하루하루 바쁘게 가족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검절약, 실천으로 가르쳐
“가난한 집 육남매 중 막내로 자라다보니 절약이 몸에 뱄어요. 술이나 담배도 안 하고 돈을 허튼 곳에 낭비하지 않는 것도 이젠 습관이 됐죠. 아내의 절약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돈 달라고 하는 일이 없었어요. 가족들 생각하면 미안하면서도 고맙죠”
평택시청에서 30년째 공무수행 차량을 운전하고 있는 석희수(58) 씨는 근검절약의 달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도 월급을 받으면 저축부터 했고 지금도 월급의 상당부분은 저축부터 한다. 특별한 투자수단 없이 가장 혼자서 벌면 네 식구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 대기도 빠듯했겠다 싶은데, 그는 그 돈으로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고 알뜰살뜰 저축한 돈으로 월곡동에 땅을 사서 얼마 전에는 손수 집도 지었다.
“그동안 아내가 고생한 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남들처럼 옷 한 벌 선뜻 사 입지도 못했거든요. 아이들 공부시키고 남들처럼 살려면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던 건데, 돌아보니 아이들을 풍족하게 키우지도 못하고 아내에게도 남들처럼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석희수 씨는 돈을 쓰는 일에는 평생 인색했다고 시인한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가 공무원들로 구성된 ‘평택시자원봉사단’ 창립 멤버이고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한결같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에 앞장서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을 말이다.

두 아들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
“이제 도배나 장판, 창문, 그 밖에도 웬만한 수리는 곧잘 해요. 모두 봉사하면서 하나씩 배운 것들이죠. 그런데 봉사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아들들과 함께 봉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가부장적으로 아이들을 대해서인지 예전부터 아이들과는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봉사하면서 다 큰 아들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됐거든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석희수 씨에겐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환한 표정을 보는 것도 큰 행복이고 모든 일을 끝낸 뒤의 보람도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건 든든한 두 아들과 미처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봉사하는 과정에서 나눌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부모가 선한 일을 하면 그 복이 모두 자식에게로 간다잖아요. 저는 말을 믿어요. 내가 아이들에게 잘 못해 줬던 만큼 제가 봉사로 덕을 쌓을 수 있다면 그 복이 모두 제 아이들에게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죠”
석희수 씨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부장적인 아버지 보다는 친구 같고 따뜻한 아버지로 살 거라며 잠시 말을 멈춘다. 그러나 이미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아내나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더 자주 하고 자신의 마음도 더 많이 표현하려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아내와 행복한 노후를 꿈꾸다
“아내의 소원이 예절교육 강사가 되는 건데 얼마 전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평택시예절교육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못할 줄 알았는데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찾고 전진하는 걸 보니 마음이 뿌듯하더라구요. 지금은 매일 저녁을 먹고 난 후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죠”
석희수 씨는 2002년부터 매년 조금씩 저축한 돈으로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해외에 나가서도 여행객들의 짐을 내리는 일부터 사진을 찍어주는 일까지 나서서 챙기느라 아내에게 지청구를 듣기도 하지만 그는 아내와의 이 행복한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절약하며 살아온 건 사실이지만 4~5년 전부터는 제게도 돈을 조금씩 쓰고 있어요. 살아갈 날은 길고 돈은 한정돼 있으니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노후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돈을 벌 수 있을 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자전거도 타고, 색소폰이나 서예도 배우고 있죠. 노후를 아내와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것이 제 남은 소망이에요”
가족들이 건강하게 지내준다는 것, 그리고 아내가 내 곁에 있어준다는 것이 제일 고맙고 행복하다는 석희수 씨,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말없이 아내와 함께 노후를 잘 보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석희수 씨는 2년 후 정년퇴임을 하고 나면 아내는 예절교육을 배워 손자들을 가르치고 자신은 색소폰을 더 배워 경로당에 봉사하러 가겠다는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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