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희망을 이야기할거예요”

 

힘을 내 일어서게 만든 평택자활센터
검정고시로 공부 다시 시작하고 싶어


 

 

 

“모두 다 떠나는 사람들/ 이 세상에 무엇 하나 내 것이 있을까/ 떠날 때는 빈손인데/ 갈퀴로 긁어낸들 무엇 하며/ 남김없이 털어내어 모인들 무엇 하랴 / 쓸쓸하지 않게, 외롭지 않게,/ 다정하게 이야기 나눌 벗이 있고/ 정겨운 사랑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잠시 왔다 가는 세상이라 해도/ 아름다운 인생” - 문영분 ‘모두 다 떠나는 사람들’ 전문 -

앞이 보이지 않던 고된 삶
“남편이 1994년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어요. 그때 제가 40대 초반이었고 큰 아들이 6학년, 막내아들이 5학년이었죠.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폭력 때문에 힘들었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어요. 두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세차부터 청소·간병인·요양보호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저소득층의 새로운 삶을 돕는 평택지역자활센터에서 2년째 교육을 받고 있는 문영분(60) 씨는 지난 삶을 돌아보며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만큼 그녀의 삶이 지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그녀를 힘들게 만든 건 남편 대신 믿고 의지했던 두 아들이 모두 우울증에 걸린 일이었다.
“큰 아이는 군대 복무 후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둘째 역시 군대에 다녀온 후 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였죠. 다 자란 두 아들을 병원에 눕혀 놓고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그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요”
문영분 씨는 넋두리하듯 두 아들이 모두 장애 3등급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남편이 사망한 후 고향인 안성에서 평택 비전동에 정착한 그녀는 어느 날 자신 역시 팔을 다쳐 일을 못하게 되자 주변사람의 말을 듣고 주민센터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평택지역자활센터를 소개받았다.

자활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그동안은 내 고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이곳에서는 폐자전거를 모아 수리한 후 다시 되팔기도 하고 필요한 곳에 전해주기도 하는데 그 수익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월급을 받아요. 때에 따라 요청이 있을 때는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기도 하구요”
문영분 씨는 자활센터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며 마음으로나마 힘이 되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변화가 신앙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작년에는 자활센터에서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어요. 강사님들이 찾아와서 노래도 가르쳐주고, 그림으로 하는 심리치료도 하고, 시 쓰기도 가르쳐줬죠. 그때 평생 처음 미술관도 가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시 쓰기를 할 때는 막상 시를 쓰고 나니 왜 사람들이 시를 쓰는지 알겠더라구요. 제 마음 속 이야기가 그대로 적혀있어 제가 썼지만 읽으니까 눈물이 나던 걸요”
문영분 씨는 자신이 난생 처음 쓴 두 편의 시를 보여주며 수줍게 웃는다. 그녀가 쓴 시는 인생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모두가 떠나는 사람들’과 힘겹지만 늘 함께 해야 하는 아들들을 생각하며 쓴 ‘천륜’이라는 시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그녀의 시 ‘천륜’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이라는 첫 행으로 시작하고 있다.

공부하면서 시 쓰고 싶어
“예전에는 힘들 때마다 하늘을 보면서 새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종이에 적곤 했죠. 내가 쓴 글을 보며 내가 울기도 했는데 그게 시라고는 생각한 적 없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런 게 바로 시라고 하시더라구요”
문영분 씨는 자활센터에서 이런 교육을 받을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이 자신의 삶을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스스로에 대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학교를 더 못 다녔어요. 이제라도 다시 공부하고 싶은데 사는 게 이러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뭐든 남들보다 뒤지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는 편이라 만일 공부를 할 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 텐데 말예요”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고 싶다는 문영분 씨, 평생 살아온 날들 중에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문영분 씨는 현재 평택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는 중이다.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그녀에게 약속했다.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날, 모든 일정을 제치고라도 꼭 취재하러 가겠다고 말이다.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그녀의 모습이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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