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안나 지음/허태준 그림
<잠들지 못하는 뼈>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수많은 민간인이 한국군과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도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잊혀 가고 있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담은 동화이다.  보도연맹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에서 약 30만 명 정도를 가입시키고 전쟁이 나자 이들 다수를 즉시 학살했지만 그 일은 현재까지도 쉬쉬하며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보도연맹 소집이라고 해서 집을 나선 7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창고에 감금되고 야산에 끌려가 죽임을 당하기까지의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남주 가족의 비극을 중심으로 생생히 담아냈다.
남주는 세상 가장 믿음직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사랑스런 여동생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 집형편이 나아지면 오빠처럼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소중한 꿈도 함께 잃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소소한 일상들을 열심히 살아냈던 남주 가족의 비극과 슬픔은 지켜보는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일흔의 나이를 넘긴 남주는 보도연맹 유해를 발굴했다는 뉴스를 보고 혹시 오빠의 유해가 있지 않을까 해서 대학교 유해감식센터를 찾아 간다.  유해 발굴 사업이 끝나도록 오빠의 유해는 찾을 수 없었고, 진실화해위도 해체를 하게 된다.
가족을 처참하게 잃은 ‘산 자’들에게 남은 것은 아픔을 위로 받고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 당한 채 숨죽이며 오랜 세월을 견뎌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픈 과거는 참혹한 시절을 겪었던 어른들에게는 상처 덩어리로, 후세들은 까마득히 잊힌 역사의 이야기로 남았을 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이 보여주듯 기교 부리지 않는 진지성과 진솔함이다.
작가는 어른들조차 짐짓 눈 감고 외면하고 싶었던 역사의 불편한 진실과 삶의 모순들을 가리지 않고 다 드러내 보여준다. 여태껏 동화에서 금기시 되었던 빨갱이, 좌익과 우익의 이념들을 드러내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서 펼쳐 보이며 갑갑함과 억울함, 가슴 먹먹함에 직면하게 한다.
 ‘재미있는’ 것이 어린이 책의 훌륭한 덕목이긴 하지만 ‘재미’만을 쫓아 진지성을 잃어버린 많은 아동 작품들을 대하다 보니, 이 같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 무척이나 반갑다.
 ‘진실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잊지 않기를 바라며 하나하나 또박또박 더듬어 가듯이 종이에 선을 긋고 안료를 그 위에 더했다는 그림 작가 허태준에게 서도 진지성이 읽힌다.  책을 보게 될 독자들에게도 한 시대의 아픔과 진실이 그대로 전달되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공들인 삽화가 시간을 거슬러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 시작이 무엇이었든 스스로 미쳐가며 ‘잠들지 못한 뼈’로만 남은 한국전쟁,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으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6.25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6.25에는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한다.

 

 

 

 

유현미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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