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천리, 중요한 것은 ‘꾸준함’

문제는 소통, 어른들이 먼저 모범되어야
마이스터인 양성, 철학 가미된 교육으로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당시만 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했죠. 오로지 살 길은 빨리 독립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평택기계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평택기계공업고등학교 제18대 교장으로 재임 중인 서광돈 교장은 모교 20회 기계과 출신이다.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가 고향인 서 교장은 평택중학교와 기계공고를 졸업하는 등 학창시절을 평택에서 보내 지역에 대한 애착 또한 남다르다. 학교에서도 교장이기에 앞서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끈다는 생각에 더 열정적으로 임한다고.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죠. 그런데 그냥 주저앉기가 싫더군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못 다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고 군 제대를 앞두고 삶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교직자의 길을 선택해 그 뒤론 쭉 이 길을 걸었습니다”
과거 자신이 실업계고등학교를 진학할 당시에는 본인의 선택보다는 사회적 여건에 의한 것이 많았지만 요즘은 학생 스스로의 선택이 대부분이기에 학업에 대한 열망과 적응도가 높아 전반적인 교육여건도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데 자유롭고 당당합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그들을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소통이죠”
아이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아이들이 많이 보는 영화를 보다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는 서 교장은 “오늘날 교육계가 겪는 진통들은 아이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 탓으로 결국 아이들은 어른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힘겨워 보여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체벌문제에 대해서도 확고한 교육관을 가지고 접근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교육적인 의미가 내포된 체벌이라면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아이들 문제도 결국 꾸준한 관심과 소통이 유일한 해결책이죠. 예전에 무척 말썽을 부리던 한 학생이 있었는데 매일같이 부모님과 연락하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더니 부모가 먼저 나서서 자신이 교육을 잘못시켰다며 머릴 조아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자조적인 소리들을 많이 하지만 다 하기 나름이죠”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내와 노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는 서 교장은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일생의 신념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쉰다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 급하게 서두르거나 욕심내지 말고 느리더라도 끊임없이 목표한 바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실업계 교육도 점차 인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예전엔 단순히 기능공만을 양산했지만 이제 그런 인재는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합니다. 철학이 가미된 기술교육이 필요한 거죠. 그래야만 국제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마이스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로서 서광돈 교장은 후배 기능인의 인성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1학년 때에는 전원 기숙사에 들도록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후배 기능인에게 당부 하는 서 교장은 “현재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며 은퇴 후 남을 30여년의 삶이 진정한 삶”이라는 말한다.
6월 14일 전국 마이스터고교 중 최초로 취업약정 100%를 달성한 평택기계공업고등학교를 이끈 서광돈 교장, 그의 능력이 남은 삶에서는 어떤 흔적을 남길지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