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돕는 일 행복합니다”

평택재가노인복지센터, 희망 찾아 11년
서평택푸드뱅크로 더 많은 도움 주고파

 

‘인간은 왜 사는가’라는 고민은 보통 사춘기에 시작된다. 그러나 막상 그 시기를 넘어서면 대부분 생활에 안주하거나 삶과 타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왜 사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는 시간까지 멈춰서는 안 될 질문임에 틀림없다.

행복 찾아 방황하던 20~30대 초반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 헤맸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난 그리 행복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많이 방황했죠. 사춘기가 남들보다 늦게 온 건지, 30대 초반이 될 때까지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는 일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늘 생각하며 지냈죠”
안중읍에서 서평택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오승호(47) 소장은 그동안 수많은 고민의 흔적을 대변하듯 대답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한다.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고향인 평택으로 내려와 직장을 전전했고 결국 어떤 일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30대 중반이 넘어서다.
“반도체회사도 다니고, 선원생활도 해보고, 막노동에 세차장 직원에, 분식집 배달원도 해봤죠. 마지막 다닌 직장이 전자회사인데 그곳에서도 고민을 계속하니까 친구가 그러더군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예요”
오승호 소장이 당시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다 시작한 것은 바로 평택재가노인복지센터였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젊은 시절 10년 이상 몸담았던 시민사회운동 동아리 ‘새물결청년회’의 영향도 컸지만 무엇보다 노인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뜻 모아 이룬 평택재가노인복지센터
“순수 민간차원에서 하는 일이라 자금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았지만 처음부터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으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어르신들이 어려움에 처한 일이면 무조건 달려가 해결하곤 했어요”
오승호 소장은 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일하기 위해 기존의 복지관에 가서도 배우고 노인요양원에서도 일을 배우고 익혔다. 민간에서 하는 일이라 전문가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책임지겠다는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엔 어르신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기 위해 늦었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게 됐다.
“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는 어르신들 가정방문이나 상담, 심부름도 하고 병원이나 나들이, 목욕도 같이 가는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일들을 도우면서 어르신들이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돌보는 일을 해요. 이 일을 하다 보니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이 독거어르신들의 음식섭취 문제였고 그래서 시작한 게 푸드뱅크였죠”
오승호 소장은 2015년 9월부터 ‘서평택푸드뱅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푸드뱅크는 일반 음식점 등에서 남는 음식을 기부 받아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그동안 혼자 여기저기 음식도 가지러 가고 배달도 하며 바쁘게 지냈지만 얼마 전에 다행히 이 일을 돕겠다는 분이 나타나 마음이 든든해졌다며 처음으로 활짝 웃는다.

더 많이 돕지 못하는 미안함 커
“푸드뱅크는 남는 음식을 기부하는 것이지만 잔반 처리 개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식 기부로 어려운 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인 만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많이 팔리든 적게 팔리든 고정적으로 음식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현재는 지역 내 식당에서 반찬을 기부하고 있는데 다섯 곳에서 열 세 명분의 음식이 전해지고 있어요”
오승호 소장은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느냐고 묻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재가노인복지센터와 푸드뱅크 모두 혼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을 돕지 못하는 것이 항상 미안함으로 남는다고.
“모든 사람들을 돕는 것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러니 결국은 이런 도움의 손길도 공공의 영역에서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아직 제 꿈은 진행형이에요.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 내에 원룸 형태의 주거공동체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꿈도 꾸거든요”
현재 고2·고3이 된 두 딸에게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오승호 소장, 사랑하는 두 딸들만큼은 세상에 이끌려가기보다 자신들의 행복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오승호 소장은 딸들이 어려운 시기에 부딪혀도 행복 찾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그 말에는 자신이 행복을 찾아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던 만큼 딸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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