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젊은 창업은 용기가 무기죠”

유치원 교사 그만두고 바리스타 도전해
청년창업, 얻는 것 있으면 잃는 것 있어


 

 


 

꿈을 찾아 도전하는 것, 실패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젊음이 가진 특권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나이,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이가 바로 젊음을 지닌 시기이기 때문이다.

적성과 안 맞았던 유치원 교사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는데 유치원 교사로 1년여를 근무한 뒤 사직서를 냈어요. 부모님을 포함해 많은 주변 사람들이 왜 좋은 직업을 그만 두느냐고 만류했지만 어차피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으니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는 게 낫겠다 싶었거든요”
비전동 재홍분식 옆에서 카페 ‘휴휴’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영(30) 씨는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 여성창업주다. 막연히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던 유아교육의 환상은 첫 직장에서 현장업무를 익히는 동안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부딪혀 산산이 깨져야 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다가왔던 우려들이 결국 큰 벽으로 부딪쳤던 것이다.
“학교 다닐 때도 많이 갈등했는데 막상 그 일을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더라구요.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영화관에서 티켓팅 알바도 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청년인턴으로 6개월 일하기도 했죠. 그러다 생각난 것이 바리스타였어요. 제가 커피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지영 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무를 익혔다. 그리고 서울 홍대 인근, 커피업계에서는 유명인사로 통하는 사람을 찾아가 로스팅을 배우며 커피와 관련된 새롭고 다양한 문화들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무렵,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찾았던 스키장에서 무릎 십자인대 3개가 끊어지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그녀는 한동안 좌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좌절과 도전, 스물여덟에 창업
“수술을 했는데 그때 서서 일하는 직업은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리 근육이 다 빠지면서 양쪽 다리 길이가 8센터 정도 차이가 났고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기도 어려웠죠. 그때부터 반년 정도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 악착같이 재활치료에 매달렸어요. 직장도 없고, 희망도 없고, 건강까지 잃었던, 지금까지의 제 인생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였죠”
지영 씨는 당시를 땅굴을 파고 숨어들었던 시기라고 표현한다. 세상 속에서 자신만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재활치료를 감내했고 어느 정도 상태가 나아지자 본격적인 커피 바리스타의 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제 선택을 끝까지 믿어주시고 카페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 믿음 덕분에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하면서 창업을 준비할 수 있었죠. ‘휴휴’는 과테말라에서 원두커피가 나는 후에후에테난고 라는 지역 이름에 ‘쉰다’는 뜻을 붙인 거예요. 맛있는 커피와 편안한 휴식이 있는 장소라는 뜻이죠”
지영 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한가한 평일에는 혼자서 카페를 운영한다. 손님 응대하랴 주문한 음료 만들랴 바쁘지만 자신이 선택한 일인 만큼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녀가 창업 후 3년 동안 지켜온 가장 큰 신념이다.

누구에게나 편안한 동네카페였으면
“카페 분위기가 편하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좋아요. 가게 앞에 놓은 테이블에 폐지 줍는 할머니도 잠시 앉았다 가고,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도 들어와 물 한잔 마시고 가고, 길 가던 사람들도 화장실 좀 사용하겠다며 불쑥 들어오곤 하지만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오래 이어가고 싶은 게 저의 가장 큰 소망이에요”
지영 씨는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해서인지 또래 친구들과는 다르게 경영에 대해 생각하는 날도 많아졌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처럼 직장을 다니며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은 없어 마음은 편하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서도 배우고, 손님들에게서도 배우는 게 많거든요.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가 돼야 문을 닫는데 하루 종일 가게에 묶여 있다 보니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으니 이것도 즐겁게 감내해야죠”
안정적인 직장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선 이지영 씨, 다른 젊은 창업자들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하고 독특한 아이템으로 승부하고 하나에 얽매이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소소한 창업에 많이 도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녀는 인터뷰 도중 손님이 들어오자 벌떡 일어나 부지런히 카운터로 향한다. 아직 앳된 그녀에게서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의 당찬 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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