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성 계성초교 8회 졸업생, 30여년 사생대회 열어
선배 바람직한 모습 직접 보여주며 후배 인성교육


 

 

 

선후배는 물론 사제 간의 정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팽성읍에 위치한 계성초등학교에서 30년 동안이나 따뜻한 선후배의 마음과 교사들의 보람이 어우러지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어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계성초등학교 8회 졸업생들은 매년 5월이면 학교에 모여 후배들을 위해 사생대회를 열어주고 선물도 나눠주는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김용진 졸업생의 주도로 1987년부터 매년 어린이날을 기념해 이어온 이번 행사는 4년 전부터는 초등학교 4학년 당시 담임교사를 모시고 진행하며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사제, 아름다운 선후배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전교생이 50여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학교에서 매년 치러지는 사생대회는 일반적인 대회가 아니라 선배들이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들을 가르친 은사들에게 보답하려는 마음을 손수 보여줌으로 인해 아이들의 바른 인성교육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날 대회는 10여명의 졸업 선배들과 예전 은사가 함께 참여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고르게 선정해 상을 줬으며 등수에 뽑히지 않은 전교생 모두에게 크레파스와 물감, 스케치북 등을 전했다. 또한 선배들이 가져온 먹을거리도 함께 나누었으며, 8회 졸업생들의 4학년 담임이었던 은사님에게는 스승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부여해 특별 제작한 도자기를 증정하며 후배들에게 스승을 존경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계성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 미대에 진학해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용진(67) 원장은 30여 년간 사생대회를 주도해 온 장본인이다.

김용진 원장은 대회를 이어온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예전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종이 한 장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후배들만큼은 그리고 싶을 때 마음껏 그리고 감성이 충만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가 이렇게 옛 은사님을 모시고 모교를 찾아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듯이 후배들도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을 키우고 교사들 역시 이런 모습을 보며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생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5학년 안채륜 학생은 “그림을 배운 적도 없는데 이렇게 상을 받으니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 새로운 꿈을 품게 됐다”며 “나도 선배님들처럼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후배들을 위해 이런 대회도 열어주고 선생님에게도 보답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3년 전 계성초등학교에 부임한 노대교 교사는 “선배들이 찾아와 어려운 환경에 처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참 보기 좋다”며 “이런 모습을 통해 교사로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면서 점점 부모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1959년 5월 계성초등학교로 첫 부임해 당시 4학년이었던 지금의 제자들을 가르친 올해 여든 살의 김광채 선생님은 “당시 교사들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 열심히 가르쳤던 것뿐인데 이렇게 제자들이 잊지 않고 찾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교사로서 정말 보람 있고 흐뭇하다”며 “이런 대회를 한다는 말을 듣고 제자들에게 참 잘 했다, 좋은 일 한다고 칭찬해줬다. 지금도 동료 교사들을 만나면 이 제자들 자랑을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나남균 계성초등학교 교장은 “훌륭한 모습으로 학교를 찾아온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그분들의 성장 과정을 듣는 것은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라며 “동문들이 친목을 다지고 졸업한 학교를 다시 찾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교육공동체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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