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대표(가명) / 백두산냉면

북한이탈주민, 평택에 북한음식점 개업
국수·송편·과줄 등 직접 만들어 차려내

 

▲ 김경희 대표(가명) / 백두산냉면


 

평택에 북한이탈주민이 직접 만든 북한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평택1로 109번 길(통복동 539-5)에 개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냉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3개월 동안 전분가루 140kg을 소모할 만큼 남다른 열정으로 음식점을 개업한 김경희(60) 씨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 북한음식점을 개업한 계기?
지난 해 10월 심장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었는데 협심증 진단이 나왔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고생 끝에 남한 땅에 왔는데 내가 아직 젊을 때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아주 젊었을 때는 북한에서 수학교사로 일하기도 했는데 나이를 들고 보니 국수를 만드는 기술만이 남아있었다.
북한에서는 냉면을 ‘전분국수’ ‘찬 국수’라고 부른다. 1990년대 초 집에서 식당을 했었는데 1992년 북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단속하면서 문을 닫았었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간간이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냉면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으니 이 기술로 북한음식을 많이 알리는 것도 통일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5월 1일 개업하고 이제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 백두산냉면?
고향이 백두산과 가까운 양강도여서 가게 이름을 ‘백두산냉면’으로 지었다.
백두산냉면에서 판매하는 냉면·송편·인조고기밥·과줄 모두 고향에서 해 먹던 방식 그대로다.
냉면에서 제일 어려웠던 것이 ‘육수’였다. 가게를 내기로 마음먹고 세달 간 집에서 연구를 했다. 북한이탈주민이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국수를 내보이며 의견을 구하고 이것저것 많이 노력했다. 세달 동안 전분 가루만 140kg을 해치웠다. 북에는 비빔냉면이 없기 때문에 비빔냉면은 계속해서 더 맛있게 내놓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명태 뱃속에 소를 채워 만드는 ‘명태순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 손님들 반응? 
북한음식점을 내면서 ‘아무래도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손님 10명 중 8명이 남한 사람이다.
2011년에 남한에 왔는데 5년 동안 하나센터 직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남한 사람들과 직접 부딪힐 일이 없었다. 때문에 손님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오시는 손님들 모두 맛있다고 해주신다.
냉면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송편과 과줄을 대접하는데 많이 좋아해 주신다.

- 직접 손으로 만드는 음식? 
음식은 모두 직접 손으로 만든다. 음식 가지 수가 많지 않지만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새벽 3시 30분부터 가게에 나가서 음식을 준비해 오전 10시쯤 마무리 짓는다.
인근 주민들은 이른 오전 시간대 송편을 주문해 포장해가기도 한다. 과줄은 집에서 부부가 함께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지만 손님들이 좋아해주는 터라 기쁜 마음으로 정성들여 만들고 있다.

- 평택시민들에게 한마디
10평 남짓한 가게지만 냉면 국수부터 송편, 과줄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남과 북이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맛있는 북한음식으로 남한 사람들과 마음의 소통하길 기대한다. 수제로 만든 북한음식을 맛보러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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