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 위해 과감히 도전했죠”
 

마흔 살,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음식도전
50대에는 자연 속에서 된장사업 하고파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은 어쩌면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CS 강사에서 국밥집 사장으로
“이 일을 하기 전엔 기업체를 다니며 매너나 에티켓 등을 교육하는 CS 강사로 활동했어요. 처음에는 남을 교육하는 일이 재미있었는데 점점 나하고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남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하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에 계속 회의가 들었거든요”합정동 배미에서 ‘큰집병천순대’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경 사장(41)은 당시 보수도 적지 않았지만 그 일에서는 보람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전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직접 순댓집에서 두 달을 숙박하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모든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항상 마흔 살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가난이 싫었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급을 많이 준다는 삼성에 들어갔지만 결국 내게 남는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걸 포기하고 나서야 내가 주도하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거죠”
김미경 사장은 충북 옥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이후에도 삼성생명 보험 컨설턴트로도 10여년이 넘게 일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것은 삼십대 중반, 자궁암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사기를 당해 모든 것을 잃게 된 절망의 시간과, 간수치가 높아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대신해 6개월 된 아기를 떼 놓고 우유배달을 해야 했던 그녀의 억척스러운 시간들을 모두 감내한 뒤였다.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도전해야
“남편이 간경화라는 잘못된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거 같아요. 시댁이 모두 간에 대한 병력이 있었거든요. 남편마저 잃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너무 두려웠죠. 당장 남편이 없으면 아이들과 함께 내 스스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거든요”
김미경 사장은 당시 자신의 두 어깨에 주어진 책임감으로 인해 어린 아이들에게 제대로 마음써주지 못한 일이 지금도 가장 마음 아프다고 털어놓는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들이 한 여름에도 여전히 털신을 신고 다니고 있었지만 그것도 선생님이 말해줘서 알게 됐을 만큼 그녀에게 당시의 삶은 절박함 그 자체였다고.
“보험회사에 다니는 동안 내 건강까지 잃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제 삶의 큰 모티프가 됐죠. 남편이 MTB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돈 걱정은 뒤로 하고 지금 해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김미경 사장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부끄러운 듯 웃으며 ‘뮤지컬배우’라고 말한다. 뮤지컬이 너무 하고 싶어 돈을 내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배운 적도 있다는 그녀는 현재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노래하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아직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다.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 터
“지금은 내가 번 돈이 모두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수입은 이웃과 나눠야한다는 생각을 하곤 하죠. 우선은 가게에 들어오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천원을 할인해주고 보육원 아이들을 한 달에 한번 가게로 초대해 푸짐하게 국밥과 족발, 피자를 마음껏 먹게 하는 걸로 시작하고 있어요”
김미경 사장은 할인의 기준을 60세로 잡은 이유를 묻자 친정아버지가 60세를 못 넘기고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60세 이상이 되신 분은 자신에게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육원 아이들 역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밥집이니 그건 마음대로 줄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이유에서 비롯됐다며 환하게 웃는다.
“제 나름대로 4510이라는 목표가 있어요. 45세에는 10억을 벌자는 뜻인데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뭐든 열심히 하려구요. 얼마 후에는 딸아이가 유학 가 있는 말레이시아에 가서 작은 사업을 해보고 싶은데 그게 성공한다면 55세에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서 항아리마다 된장을 담가놓고 판매하고 싶어요”
식당 홀에 나오면 손님들을 보는 게 좋고, 주방에서는 땀 흘리며 일하는 게 좋다는 김미경 사장, 국밥집을 하는 동안 누구나 푸짐하고 기분 좋게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바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의 5년 후, 10년 후 모습이 문득 궁금해지는 건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이런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이 전혀 새로운 모습의 그녀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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