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도 색소폰은 항상 함께였죠”
 

두 번의 사업실패, 색소폰으로 힘 얻어
첫 번째 앨범, 말기암 환자들에 선보여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무엇이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존재로 인해 위로받을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덜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35년을 함께 해온 색소폰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부로 활동하며 색소폰과 함께 했어요. 대학에서는 음악전공이 아니었고 사십대 중반에서야 다시 음악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백석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로 실용음악을 전공했죠. 어쩌다보니 딸하고 같은 학번이더라구요”
2007년 평택직장인음악밴드 ‘평택필앙상블’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박현규(53) 단장은 평택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계속 해온 색소폰에 깊은 애착을 드러낸다. 지금도 연습실에서 일반인들에게 색소폰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통복천 거리공연 등 지역 내에서도 활발하게 공연하고 있는 박현규 단장은 색소폰이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언제나 색소폰과 함께였다.
“신앙생활로 술·담배를 하지 않는 제게 색소폰은 인생의 가장 귀한 친구라 할 수 있죠. 살아오면서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늘 색소폰과 함께하며 위로를 얻곤 했으니까요. 삶이 바닥이라 생각하던 때는 음악실에 와서 대여섯 시간 동안 진이 다 빠질 때까지 색소폰을 불곤 했어요. 그러다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곤 했죠”
박현규 단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음악 뿐’이었다는 말로 마음을 대신 전한다. 그에게 있어 색소폰은 때로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으로 마음을 달래주는 엄마 같은 존재이자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취해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도 하는 애인 같은 존재였다고.

좌절하며 더 깊이 빠져든 색소폰
“대학 3학년 때 결혼하고 졸업 후에는 전자랜드 공채 1기로 입사했어요. 열심히 일하고 부산 수영점 지점장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집안사정에 의해 갈수가 없었죠. 그때 직장을 그만두고 평택 독곡동에서 ‘한정보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시작했어요. 컴퓨터 보급 초창기여서 나름 성과가 괜찮았는데 지식도 없이 사업만 키우다보니 결국 문을 닫아야 했죠”
5년 동안 사업에 매진했지만 결국 아파트 두 채가 공중분해 되면서 박현규 단장은 실의에 빠져야 했다. 수억 원의 손실이 생기면서 우울증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는 그는 이후 3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3년 동안 아내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내는 제게 내색한번 안했어요. 혼자 일하고 가정생활을 꾸리면서도 제게는 할 수 있다며 믿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죠. 그런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박현규 단장은 3년이 지난 후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평택의 보안관이 되자’는 신념으로 2001년 시작한 ‘한국보안시스템’은 작년까지 15년을 이어왔지만 결국 자본의 논리에 무릎을 꿇고 거대기업에 회사를 인수해야 했다.

평택호스피스와의 귀한 인연
“가장 힘들었을 때 평택호스피스선교회 박종승 목사님을 찾아가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호스피스와 함께 하기 시작했죠. 말기암 환자들을 위해 혼자 찾아가 색소폰 연주를 하기도 하고 환자들이 여행을 하거나 호스피스 관련 행사가 있을 때도 함께 따라다니며 연주하곤 했어요. 그때마다 말기암 한자들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연주가 될 수도 있으니 항상 최상의 연주를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박현규 단장은 CCM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신이 자신의 재능을 그런 곳에 쓰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기암 환자들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지만 자신은 그분들을 통해 내일을 알 수 없는 현재를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나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향 등 삶의 자세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마음을 담아서 지난 4월에 내게 된 것이 제 첫 CCM 색소폰 앨범 ‘어느 집사의 고백’이에요. 제가 두 번째 사업실패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형, 친구, 후배 등 많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나온, 제게는 다시 찾은 희망앨범인 셈이죠. 5월 28일에 세교중학교에서 평택호스피스 15주년을 맞아 앨범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고 앨범 판매 수익금은 호스피스 후원금으로 사용될 거예요”
호스피스와 함께 하는 동안 사람들이 충분히 사랑하며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는 박현규 단장, 이번 색소폰 앨범 타이틀처럼 삶이 힘겨운 사람들에게 이 앨범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박현규 단장은 필앙상블밴드와 함께 모두가 희망을 갖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마치 색소폰의 부드러운 음색처럼, 낮은 기도처럼 전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