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 위험하지만 보람있어요”
 

군 비행경력 21년, 사회 비행경력 3년
우연히 본 전우신문이 평생 진로 바꿔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러나 그런 조종사들이 ‘오늘도 무사히’를 읊조리는 가족의 기도를 떠올리며 매일의 시작을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육군 장교에서 헬기조종사로
“1988년 육군3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장교의 길로 들어섰어요. 대학에서 전기과를 전공하다 입대했는데 처음부터 군대에 머물 생각은 없었죠. 일반 보병중대에서 소대장과 교관으로 생활하며 그대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소위로 임관한 이후 우연히 보게 된 항공장교 모집 전우신문 광고 하나가 제 인생을 바꿔놓은 거예요”
평택시가 임차한 산불진화헬기 조종사 김상윤(48) 기장은 어떻게 헬기 조종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옛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때가 계급에 걸려 조종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었다.
“1개 기수에 20명을 뽑는데 선발 이후에도 몇 명은 불합격 되니 당시도 조종사 배출이 그리 쉬운 건 아니었어요. 하늘에 올라갔을 때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방향감각을 상실하지 않는지, 멀미나 구토를 하는지 등등의 적성검사에서부터 시뮬레이션 비행, 고등비행술까지 세세하게 시험을 보니 하나라도 불합격하면 조종사가 될 수 없는 거죠”
김상윤 기장은 무사히 조종사 시험에 합격한 후 대구비행장 21항공단에 처음 배치됐고 이후 장군들의 이동수단인 헬기부터 아파치 같은 전투·공격헬기까지 많은 비행을 경험했다. 그러나 처음 흥미를 느끼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조심스러워 지는 것은 비행하며 부딪히는 상황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되면서 부터였다.

매일 위험과 함께 하는 비행
“지상은 날씨가 좋아도 하늘 위에는 기상변동이 심한 경우가 많아요. 어떨 때는 비행하는 동안 해·눈·비를 모두 마주칠 때도 있죠. 특히 이른 봄에는 기상이변이 많아 갑자기 눈을 맞을 수도 있어 위험하고, 서해안에는 순식간에 해무가 끼는데 그럴 때는 빨리 회항을 해서 빠져나와야 해요. 기압골로 인해 상황에 따라서는 동체가 한번에 150미터 아래로 뚝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김상윤 기장은 비행하는 동안 순식간에 마주치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는데 드는 돈이 수억 원대에 달한다든가, 헬기 한 대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것, 포탄 한발이 천만 원에 육박한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는 만큼 비행을 하는 동안에는 최대한 스스로 조심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조종사들은 가족들과 대부분 화목하게 지내요. 아침에 출근할 때는 물론이고 퇴근해서도 큰 소리를 내는 경우가 별로 없죠. 그만큼 위험한 직업이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가족들도 잘 알고 있거든요. 우리 부부가 서로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일거예요”
김상윤 기장은 20년이 넘는 조종사 생활을 하는 동안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그때가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오랜 경력을 이어오며 때로는 사망사고 수습을 사무적으로 처리할 만큼 마음의 굳은살도 생겼지만 동료들을 잃었을 때의 아픔은 아직도 날것처럼 생생하기만 하다고.

군인과 사회인, 다른 점 많아
“군인으로 있을 때는 이사도 물건 적재하듯이 전투처럼 하곤 했어요. 이삿짐을 꾸리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할 만큼 집안 모든 짐들을 경량화, 간소화 했죠. 이젠 제대한지 3년 정도가 됐으니 크게 이사할 일은 없지만 지금도 아내가 군인의 아내로서 감당해야 했던 일들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김상윤 기장은 군 제대 후 조금의 쉴 틈도 없이 산불진화헬기 조종사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고 올해부터는 평택에서 산불진화 헬기 조종사로 활약하고 있다. 제대 후 군대와 사회가 다른 점이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김상윤 기장은 정작 아랫사람의 이야기가 무시되고 일방통행 하는 것은 군대보다 사회라는 걸 알게 됐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평택시 전역은 헬기로 1시간이면 충분히 돌 수 있어요. 평택은 산업단지도 있고, 항구도 있고, 농경지도 있잖아요. 그래서 시내로 가면 도시 느낌이 나고, 청북·현덕 쪽으로 가면 농촌 느낌이 들어 푸근하고, 포승 항구 쪽으로 가면 마치 해안가에 와 있는 것 같은 다채로운 느낌이 드는 매력 있는 도시죠”
군에서의 비행조종능력을 사회에서도 공익적인 일에 그대로 발휘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김상윤 기장, 얼마 전 팽성에서 일어난 공장 화재에서도 지상 가까이 날아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며 맹렬히 진화에 나서 주변사람들의 많은 찬사를 받은 김상윤 기장은 오늘도 하루에 한번 씩 매일 평택 전역을 비행하며 평택의 안전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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