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 AK백화점 ‘매년 적자’, 구 상권 ‘절망의 나락’

과거 최대 상권인 명동거리·새시장 ‘상권 침체 극심’
역세권 신·구 상권 공동발전 위한 대책 마련 시급해

 
수도권지역의 균형발전과 일자리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들어선 평택 민자역사가 개장한 것은 지난 2009년 4월 24일. 3년을 훌쩍 넘어 지역의 대표적 상권을 형성하며 평택시민에게 빼어놓을 수 없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애초 의도와는 달리 쇼핑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인근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주는 역기능과 함께 도심의 슬럼화를 촉진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향후 이에 대한 해법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평택동 구 상권, 호황기는 옛말
2009년 민자역사 개점 후 내리막
땅값·임대료 과거보다 30% 하락
임대문구만 가득, 적막감 감돌아
식당 40% 가량 매물로 나와

민자역사 이전 평택역 상권은 평택동 명동거리와 새시장 주변을 중심으로 활황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민자역사 개점 3년이 지난 2012년 7월 초 현재, 평택역오거리에 마주한 곳과 평택1로 대로변 일부 상가를 제외한 전 지역의 상권은 그야말로 괴멸직전 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침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외식업협회 평택시지부 오세권 지부장은 “오랫동안 이곳 상황을 지켜봐왔는데 지금은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땅값과 임대료 모두 민자역사 개점 이전과 비교해 최소 30% 이상 떨어진 상태며 입주 업주들은 회복을 바라기보다는 하루 빨리 가게를 정리하고 빠져나갈 수 있기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7월 5일 목요일 저녁,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옛 평택극장 인근 상점들은 오가는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으며 철시한 상가와 여기저기 붙은 임대문구만 눈에 띌 뿐 어둑한 거리는 이곳 상가 경기의 어려움을 보여주듯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특히 각종 메이커가 입주해 있던 옷 전문 상가들의 타격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AK플라자 평택점이 오픈하면서 기존 메이커들이 대거 입점한 영향 때문이라고 상인들이 말했다.
심지어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손님 없이 종업원 혼자 상점을 지키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오세권 지부장은 “현재 옷가게의 50% 이상이 철수한 상태로 대신 핸드폰 가게가 그 자리를 매우고 있지만 공백을 매우기엔 턱없이 부족해 공실률이 30%에 이르고 있다”며 “유흥업소의 70%, 식당의 40%가 매물로 나온 상태지만 아무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요지라고 불리는 곳은 월세가 20% 가량 하락된 상태에서 겨우 현상유지를 하고 있지만 다른 곳은 권리금은커녕 하루하루 임대보증금만 까먹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 대책, 동력마저 잃어
과거 종업원 10여명, 지금은 부부만
지하·2·3층 매물 없어 ‘흉물 방치’
백화점 개점, 구. 상권 실업자 늘어
임대 안 돼 리모델링, 원룸 영업

상점에서 고용하던 인력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이 어려운 탓에 가게를 내놓은 지 1년 이 지났다는 한 음식점 주인은 “배운 것이 밥장사라 할 수 없이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월세 내기도 힘들다. 예전에는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손님 20테이블을 받는 날이면 그날은 횡재한 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며 “과거에 많게는 10여명이 넘는 직원이 북적거렸는데 지금은 다 내보내고 부인과 둘이서 가게를 지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류 매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유명 신사복 매장을 운영하던 최 모 씨는 얼마 전 가게를 정리하고 직원들을 전부 내보낸 상태에서 새로운 주인이 찾아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유흥업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고급 접객업소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몇몇 남아 있는 업소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최소한의 조명만 밝히고 있는 등 거리 자체가 어두워 과거 호황기를 생각하면 이곳이 과연 번화가였던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오세권 지부장은 “한번 폐업을 하게 되면 그 상가에 새로운 주인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나마 1층의 경우 찾는 사람이라도 있지만 2, 3층이나 지하는 방치된 채 흉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가다간 지역 전체가 슬럼화 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한 후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해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탄식했다.
오 지부장은 또 “백화점이 생기면 고용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지역 상권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볼 때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책 수립도 어느 정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인데 현재로선 상인들에게 그런 뒷심조차 남아있지 않아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점이 철시하고 임대가 원활하지 않자 건물 자체를 리모델링해 원룸으로 임대하는 곳도 늘고 있다. 특히 평택동 JC어린이공원 인근에는 이미 여러 동의 상가건물에 대한 개조를 마치고 원룸텔 형식으로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입주자가 없어 통째로 문을 닫고 있는 한 상가의 주인도 리모델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AK백화점 활성화도 ‘먼 얘기’
평택역 이용객 연 5% 내외 증가
고유가로 전철 이용자만 증가
AK평택점, 당기순손실 159억 원
AK수원점, 3년 만에 흑자 달성

민자역사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평택역 이용객은 연인원 632만 487명 이었으며 2009년 659만 4382명, 2010년 687만 5279명, 2011년 769만 2413명, 2012년 6월말 현재 401만 3464명으로 연 5% 내외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데 그쳤다.
평택역 관계자는 “2011년도 증가율이 예년에 비해 높은 112%로 나타나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나 특별한 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고유가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한 때문으로 파악됐다”고 답해 민자역사와 인구 유입이 상관관계가 크게 없음을 말해줬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에 무색하게 AK플라자 평택점의 경영 상태도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당초 예상됐던 일자리 2000개 창출도 고용인원 1200명에 그쳐 지역상권 약화로 줄어든 일자리를 감안하면 AK플라자 평택점이 고용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매출액 583억 2217만 원에 당기순손실 137억 원, 2010년 매출액 998억 8125만 원에 당기순손실 167억 원, 2011년 매출액 1163억 3976만 원에 당기순손실 159억 원으로 AK플라자 평택점은 아직까지 기대했던 영업이익 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직 제자리를 찾기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평택역과 같은 민자역사에 입점한 AK플라자 수원점의 경우 2003년 2월 개장 후 3년만인 2005년에 90여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으며, 2011년 3251억 7832만 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25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AK플라자 평택점의 앞날이 밝지 않음을 예측케 하고 있다.
AK플라자 평택점 마케팅 담당 과장은 “수원역사 같은 경우는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젊은 계층위주로 고객층이 형성되어 있어서 수익구조가 좋은 편”이라며 “평택점의 경영부진은 개장 후 곧바로 찾아온 경기 불황이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며 이와 함께 백화점 수익구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의류의 매출 비중이 60%를 넘지 못할 정도로 상권이 경직돼 있는 것도 주 요인이다. 향후 손익분기점이 언제 이를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상권 함께 살리는 대책 절실
민자역 논스톱 쇼핑, 주변 상권 흔들
일부 민자역사 자본잠식에 부도까지
민자역사 유치 성적표 밝지 않아
환승센터 기능 미비, 역 앞 혼잡

민자역사는 주변 유동인구를 독점하고 고객들이 역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이 역 안에서 논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 역 주변 상권은 오히려 쇠퇴하거나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완공되어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해 지역경제에 주름살을 주는 경우도 많다. 창동·노량진·천안의 민자역사는 착공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진행이 여의치 않아 표류하고 있다. 부평역사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고 산본역사의 경우 부도가 발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국가의 심장역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역사에 위치한 갤러리아 콩코스점은 1000억 원의 연 매출도 못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민자역사 유치의 득실에 대한 성적표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상업시설 위주의 건물설계 때문에 교통기능이 등한시돼 그 자체로 교통유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환승센터와 같은 교통기능이 미비해 민자역사 앞은 교통 혼잡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도 한 원인일 수 있지만 유동인구가 한정된 상황에서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상권이 피폐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일찍부터 예견돼왔다.
AK플라자 평택점 측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인근 지역상가와 공동 경품을 걸고 쿠폰북을 제작해 ‘평택상가 100배 즐기기 운동’을 펴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길거리 정화 봉사활동, 취약계층 집수리 활동,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 사랑의 쌀 전달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활발히 진행해 왔다”고 밝혔으나 이미 추진동력을 잃다시피 한 지역 상가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전시효과로만 비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쇼핑객의 편의와 쾌적한 교통시설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평택 민자역사는 분명히 순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 발전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당 이해당사자와 평택시가 함께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