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환경, 내일이요 미래예요”

입안자가 아닌 사용자가 주가 돼야
스스로의 일 옳다고 생각하면 가야

 
“포승은 평택에서도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혐오·유해시설은 물론 평택항 분진과 악취,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오염문제 등으로 민원이 끊이질 않는 곳이죠”
2000년 발족한 서평택환경위원회의 제2대 위원장으로 2002년부터 현재까지 평택시 서부지역의 환경지킴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명수 위원장은 13대 째 평택을 지키고 있는 가문의 뿌리만큼 평택에 대한 애정도 깊다.
“환경에 대한 지식이나 거창한 철학 같은 건 없었습니다. 단지 조용하던 마을에 공단이 들어서고 산업폐기물 처리를 위한 소각장, 매립장, 하수종말처리장 등이 생겨나면서 주민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죠. 당시 마을 이장으로 있던 저도 그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돼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전문적인 조직구성이나 체계는 부족했지만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인 활동으로 그 모임은 ‘서평택환경위원회’ 탄생의 모태가 되었고 주민들이 한푼 두푼 낸 성금으로 이뤄진 발전기금을 모아 지어진 ‘주민복지센터’는 평택에서 최초로 지역 주민의 손에 의해 지어진 복지센터라는 기록을 남겼다.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는데 노력했지만 때로는 주변에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사사로운 이익과 관련돼 저런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목적 자체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때마다 과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 고민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제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포기하지 않았죠”
전명수 위원장이 바라본 환경문제 해결법은 개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변화와 혜택을 찾아내는 것이다. 평택항 개발,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평택의 외형은 커졌을지 몰라도 평택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정체성 확립은 아직 요원하다는 것이다.
“입안자들의 생각을 중점으로 한 일방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그를 관철시키기 위한 포장된 홍보 보다는 실제 생활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주가 되고 참여하는 환경정책이 수립되어야합니다. 언뜻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3개 시·군 통합 이후 아직 존재하고 있는 지역 간 불협화음 같은 기초적인 사항이 정리되지 않으면 곤란하죠. 예를 들어 평택항 인근 주민들이 분진문제와 치안문제로 고통스러워해도 타 지역 사람들은 자기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포승, 송탄, 안중이 아닌 바로 평택인데도 말이죠”
개발붐을 타고 각 기관들의 소통 부재도 전명수 위원장이 생각하는 발전의 걸림돌 중 하나다. 이익이나 권한을 내세울 때는 모두가 자기 소관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막상 책임질 일이 생기면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만 했지 특별히 내세울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가장 보람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평택시향토유적 제1호인 괴태곶봉수대 보존운동을 펼 때였습니다. 아직 이런 저런 문제로 기념비만 세워진 채 발굴 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적지를 후손에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평택시 차원에서 많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명수 위원장은 서평택환경위원회의 활동에 있어서 딱히 이거다고 할 수 있는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환경운동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기보단 기존에 해오던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것이 미래가 되고 내일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한반도 통신수단의 허리 역할을 담당했던 연변봉수 괴태곶봉수대의 불빛처럼(봉수대는 연기임-수정) 전명수 위원장과 서평택환경위원회의 기치가 높게 드리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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