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잔향시간 길어 대화도 안 돼
평택시, 예산확보 못했다 변명 ‘빈축’
시의회, 시민혈세 낭비 책임 물을 것


 

 

 

 


현덕면 권관리에 위치한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인 평택농악마을 막구조물이 현장실사에서 총체적 부실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현장실사에 나선 음향전문가가 “현 상태에서는 공연할 수 없다”고 단언한 가운데 참석한 평택시의원들이 입을 모아 시민 혈세를 낭비한 책임자에 대해 처벌을 강조하고 나서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혜영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주재로 3월 24일 오전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 평택농악마을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김혜영·유영삼·이병배 시의원을 비롯해 한병수 평택시 기획조정실장, 차상돈 문예관광과장, 음향전문가, 어영애 평택민요보존회 단장, 최용환 한국소리터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평택민요보존회의 시범공연이 진행된 직후 막구조물의 음향 성능을 점검한 결과 공연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날 현장을 진단한 전문가에 따르면 “국악의 잔향시간은 1~1.1초, 소리의 주파수 대역은 400~500헤르츠가 권장된다. 울림, 즉 잔향시간이 길면 알아듣고 이해하는 명료도가 떨어지고 다른 음과 뒤섞여 여러 음을 분리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영헌 소비코음향연구소 연구원은 “일반적인 국악공연장의 잔향殘響은 1.2초인데 반해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의 잔향은 3초 이상”이라며, “울림이 길고 소리들이 길게 이어져 관객이 알아듣지 못하니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상태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천정을 낮춰서 흡음을 줄이는 것”이라며 “제대로 보완하려면 예산이 무한대로 들겠지만 차선책으로라도 보완하지 않으면 공연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영삼 시의원은 “평택민요보존회가 시연하자 울림 때문에 가슴이 떨리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 불안한 상태가 이어진다”며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이병배 시의원은 “이 사업은 애초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설계 당시의 문제점과 이를 승인한 평택시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나 차상돈 평택시 문예관광과장은 이에 대해 “당시 예산 확보를 못해 흡음막을 설치하지 못했다”며, “추경에 반영해 예산이 확보되면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좋은 공연을 하겠다”고 말해 시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김혜영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당시 13억 원이면 구조물이 완성된다고 보고해 시의회에서 예산을 모두 통과시켜준 것인데 음향 문제도 예상하지 못하고 공연구조물을 설치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 중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다시 시작해야지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일을 행정에서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철저히 따져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 구조물은 ▲가림막 끝선이 관람석과 인접해 있어 햇빛이 다량으로 유입되거나 우천 시 비가 들이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 ▲가림막 하단 끝부분에 물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물받이 구조물이 없고 지표면에도 우수관로가 없다는 점 ▲가림막 앞 기둥이 관객의 공연 관람 시야를 가린다는 점 ▲관객석을 나무데크가 아닌 대리석으로 시공해 관람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인 평택농악마을 막구조물은 한국소리터만의 특색을 살린 막구조물 설치로 관람객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문화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으며, 13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6년 12월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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