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현역 미군 중사와 짜고 전투용 차량 빼돌려
영화 소품용으로 팔려, 군 당국·미군 수사기관 통보


 

 

 

주한미군의 전투용 차량을 몰래 빼돌려 판매하려던 현역 미군 중사 전 모 씨를 포함한 일당 7명이 경찰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이 몰래 빼돌린 차량은 이른바 ‘험비’로 알려진 미군 다목적 차량으로 소형 미사일이나 기관총을 탑재해 공격용으로 쓰거나 병력 수송에 사용되는데 한 대에 2000만 원에서 700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전략물자다.

미국 이외 지역으로의 반출이 금지돼 있고 사용 연한이 지나도 상급 기관의 판단에 따라 매각 처리소에서 최소 6개 조각으로 절단해 고물 형태로만 유통이 가능하다. 전략물자인 험비가 원형 상태로 유통되다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고물상 허 모(60) 씨 등 한국인 6명과 한국계 현역 미군 중사 전 모(47) 씨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평택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허 모(60) 씨 등은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공군부대와 함께 주둔하고 있는 수원 미군기지에서 험비 3대를 밖으로 빼돌렸다.

평소 미군 부대에서 고철을 처분하는 일을 해 온 허 씨는 군용물의 외부 전출 업무를 맡은 미군 중사 전 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후 전 씨가 지휘관에게 해당 험비의 전산 상 소속이 없고,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거짓 보고를 하도록 종용했다.

보고를 받은 지휘관은 험비를 폐기 처분하라고 지시했고 이들은 멀쩡한 험비를 부대 외부의 불용품 매각 처리소로 운반하는 것처럼 꾸며 경비초소 근무자의 감시를 따돌렸다. 허 씨는 2014년 미군기지에서 고철을 무단으로 반출했던 사건으로 10년 동안 출입 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지만 현역 미군인 전 씨와 동행했다는 이유로 부대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황당하게 부대 밖으로 빼돌려진 험비는 영화 소품제작업자인 김 모(54) 씨에게 1100만원에 판매 됐다. 험비를 구입한 김 씨는 불법으로 빼돌린 전략 물자임을 알면서도 전쟁 영화에 소품으로 빌려주면 고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8월 험비 차량이 미군기지에서 무단 반출된 것 같다는 내용의 첩보가 경찰에 입수되면서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해 평택 소재 고물상 야적장에서 험비 2대를 발견했다. 이어 이들이 스리랑카와 몽골 등에 빼돌려진 험비를 수출하려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군 당국과 미군 수사기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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