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시티 토지 소유주 “이건 사는게 아닙니다.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하죠?”

강점순 씨, 월 130만 원 수입에 110만원 이자 상환, 먹거리도 부족
김향란 씨, 연금 월 23만 원이 전부, 이자 200만 원은 자녀가 부담

▲ 평택시 고덕면 율포리 거주 김향란(63세) 씨
▲ 평택시 도일동 거주 강점순(60세) 씨
2007년 6월 경기도, 평택시, 성균관대학교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표면화된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이 경제난과 사업관련 기관들의 이견이 맞물려 5년이 넘도록 별다른 전진을 보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토지수용계획에 따라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 지역 주민들의 애꿎은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 도일동 강점순(여, 60) 씨
도일동 땅 557평은 ‘유일한 희망’
머슴살이로 억척같이 돈 모아 땅 구입
1993년 남편 잃고 허드렛일로 생계
브레인시티 발표, 땅 담보로 자금 대출
하루 12시간 간호일해, 월 130만 원 벌어
110만원 은행 이자 내면 20만 원 남아
한 겨울 추위 이기려고 병원서 쪽잠 자

평택시 도일동 606-2번지, 논 한가운데 지은 가건물에 사는 강점순(여, 60) 씨는 달력에 표시해놓은 이자 납입 일을 볼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번 달은 또 어떻게 넘겨야하나,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하나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남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곳으로 보일지 몰라도 개발이라는 미명에 붙들리기 전 까지 가진 것 하나 없던 그에게 557평의 땅은 기댈 언덕이요 유일한 희망이었다.
“남편이 고종사촌 누이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면서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산 땅입니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면서도 아이들과 우리들의 노년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지켜온 땅이죠”
강점순 씨가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것은 지난 1975년. 남편의 오른쪽 귀는 청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보청기를 사용한 왼쪽 귀로 의사소통이 겨우 가능한 청각장애자였고 각종 성인병, 관절염, 식도염 등 온갖 병을 앓고 있어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강점순 씨 또한 선천성 혈관종을 앓고 있어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정상적인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평생을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강점순 씨 부부는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자신들의 땅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저곳에 내 집을 짓고 살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위안을 얻곤 했다. 더욱이 지난 1993년 남편을 잃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해 이곳에 홀로 남은 이후로 땅은 그녀를 지탱해주는 마지막 보루였다.
남편 병치레로 진 빚을 갚고 남겨진 어린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전에 해오던 허드렛일이 아닌 떳떳한 직업이 필요했던 강점순 씨는 취업을 위해 기형인 얼굴을 고쳐야만 했기 때문에 무작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기관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대상자로 선정돼 초기 수술은 마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자신의 몫이었다.
“마침 브레인시티 개발이 발표돼 희망을 갖고 용기를 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수술비에 보탤 수 있었습니다. 2004년부터 해오던 요양보호사 일도 탄력이 붙어 충분히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죠. 당시만 해도 금방 보상이 이뤄질 것처럼 떠들어댔고 다들 그 말을 믿었으니까요”
몇 번 보상계획이 미뤄져 다소 불안하기는 했지만 강점순 씨는 아들 결혼식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인의 땅을 담보로 또다시 8000만원을 빌려 쓰기에 이른다. 또다시 “금방 보상이 이뤄질 것이다”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 강점순 씨에게 휴식도 사치다. 평일 하루 12시간을 꼬박 요양보호사 일을 한다고 해도 한 달 수입은 110~120만 원 정도, 그나마 매일 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말에도 병원에서 간병인 일을 해야 평균 130만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
피땀 흘려 번 돈이지만 은행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은 20여만 원에 불과한 탓에 남들이 누리고 사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기름보일러 비용이 워낙 비싸 지난겨울엔 전기장판을 깔고 지냈는데 너무 추워서 견디기 힘들었어요. 병원에서 간병을 하며 쪽잠을 자는 것이 훨씬 편했죠. 제가 배운 것이 없어서 법이니 뭐니 말해도 잘 몰라요. 그런데 제가 뭘 그리 잘못한 일이 있어 이런 고통을 당해야하나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브레인시티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말 한마디는 꼭 하고 싶습니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당신들은 따뜻한 방에서 자면서 저 같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지내고 있는 사람을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지요”

■ 고덕면 김향란(여, 63) 씨
소작일 등으로 도일동 땅 433평 구입
남편 사망, 땅 팔려하자 브레인시티 묶여
보상 소식 믿고 은행에 땅 담보로 대출
5년간 지지부진, 국민연금으로 생계
월 200만원 넘는 이자 자녀들이 갚아줘
자녀들도 한계, 땅은 경매로 넘어갈 판
전셋집도 신도시 수용, 올 12월 집 비워야

고덕면 율포리에 살고 있는 김향란(여. 63) 씨는 브레인시티 사업에 묶여 있는 자신의 땅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절로 흐른다.
김향란 씨 부부가 도일동 땅을 구입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남편과 함께 소작(임대농)부터 안 해본 일 없이 살며 1남 2녀를 키워온 김향란 씨 부부는 딸 둘을 출가시키고 막내아들도 장성해 독립을 앞두자 평생 꿈꿔왔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내 땅에 집을 짓고 여생을 보내는 건 누구나 한번 쯤 꿈꿔오던 것이죠. 가진 것은 없지만 더 나이 들면 어렵겠다 싶어 평당 53만원을 주고 433평의 땅을 구입했어요. 비록 땅을 담보로 1억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산 땅이지만 그건 차차 갚아나갈 계획이었고 그땐 참 행복했었는데…”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김향란 씨 부부가 땅을 산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07년 봄. 김향란 씨의 남편이 병환으로 급작스럽게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 진단 결과 말기 간암,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봤으나 이미 때가 늦어 김향란 씨의 남편은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고 겨우 겨우 장례를 치른 후 집에 돌아온 김향란 씨는 여자 혼자 힘으로 집을 지을 엄두가 나지 않아 땅을 팔아 빚을 청산하려 했으나 그 사이 도일동 땅은 브레인시티 개발 수용지역에 포함돼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첨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금방 보상이 나온다고들 하고 해서 그런 줄 알았죠. 마침 아들도 결혼할 시기가 다가와 장안동에 가지고 있던 논을 담보로 1억 5000만 원을 다시 대출 받아 부채가 모두 2억 8000만원이 되었지만 보유한 현금이 5000만 원 정도 있어서 한동안은 걱정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설마 이리 오래 끌줄은 몰랐죠”
1년이 지날 때 까지만 해도 설마 했던 보상 문제는 5년이 넘도록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이자 상환에 갖고 있던 현금을 다 소비한 김향란 씨는 ‘죽음’을 떠올렸다고 한다. 몸도 불편하고 딱히 가진 것이나 일 할 형편이 되지 못해 매월 국민연금 23만 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향란 씨에게 매달 200만 원이 넘는 이자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왔던 것.
“자다가도 일어나 마당에 나와 울곤 합니다. 언제 편히 잠을 자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먼저 간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너무 힘들 땐 차라리 세상을 등지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출가한 자녀들은 매달 어머니를 대신해 대출 이자를 상환해주고 있지만 이제 그것도 여의치 않아 김향란 씨는 언제 자신의 땅이 경매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를 살고 있다.
“남편이 주는 밥은 누워서 먹고 자식이 주는 밥은 서서 먹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렵게 살면서도 혹시나 엄마가 잘못될까봐 하루에도 수차례 안부전화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설성가상이랄까 김향란 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집도 고덕국제신도시 수용지구에 포함돼 올 12월이면 집을 비우고 이사를 가야한다. 지금의 적은 보증금으로는 폭등한 전세 값을 맞추기가 힘든 상황인지라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김향란 씨는 브레인시티 보상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기원하며 힘겨운 생을 유지하고 있다.
“이건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마 죽지 못해 연명하는 것이죠. 하려면 빨리 하고 안하려면 해제시켜서 주민들을 살게 해야지 매일 입으로만 떠들고 서로 떠넘기기만 하면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 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 평택 브레인시티 사업지구 위성사진

2007년 6월 19일 ‘평택 브레인시티 개발사업 MOU 체결’ 이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는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은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이제 경제적 피해를 넘어 이로 인한 상호 불신 팽배로 감정적 대립 양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의 목적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강점순 씨와 김향란 씨처럼 생계 곤란자이면서도 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복지국가를 외치는 우리 사회, 평택시의 단면이기도 하다.
스스로 원하지 않은 사회구도의 변화에 의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평택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으로 인한 부작용의 실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개인의 파산은 물론 소지역 사회의 붕괴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해당지역 주민을 살리고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의 중심에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경기도와 평택시, 사업시행자가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사태를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브레인시티 개발사업의 조속한 추진이 됐던 사업 해제가 됐던 평택의 미래와 주민의 입장에서 빠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