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제2의 인생설계 함께 돕겠습니다”

무언가 남기기보다는 자연인으로 살고파
어르신들과 더불어 인생의 후반기 설계해

 
노인복지에 관한 생각과 더불어 사회적 제도 역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선진국 복지에 진입했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숙제로 남는다. 단순히 노인을 공경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지극히 전문적인 설계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노인복지 인식 많이 바뀌어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통인 효 사상에 맞게 그저 공경하는 마음가짐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주로 종교계에 몸담은 분들이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식주는 물론이고 노인들도 사회구성원으로 어떻게 긍지와 보람을 갖고 살아갈 방안을 마련하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게 마련이구요”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이강희(53) 관장은 노인복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의식주 해결은 기본적인 노인복지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그 외에 수반되어야 하는 부분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노인복지에 관한 개념이 없었을 때는 주로 유럽 선진국의 노인복지 형태를 벤치마킹해 그대로 적용시켰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고 역사가 다른 만큼 노인복지에 관한 부분도 각 나라에 맞게 변화발전 되는 것이 순리여서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식 노인복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이강희 관장은 부장과 부관장을 거쳐 관장으로만 4년을 재임하며 현재 남부노인복지관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처음엔 평택의 노인복지도 1차원 적인 의식주 해결에 입각한 복지를 했었다며 말문을 여는 그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의 건강과 지혜가 많아졌으며 이와 함께 노후를 제2의 인생으로 삼아 그 길을 개척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 현대 노인복지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도 어르신들의 삶의 경륜을 활용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노인복지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좋은 직장 그만두고 사회복지 올인
“제가 처음부터 노인복지를 연구했던 건 아닙니다. 저도 젊은 시절엔 남들처럼 내로라하는 직장에도 다녀보고 그 일에 나름대로 재미를 붙여가며 보내기도 했었죠. 건축 일을 시작했는데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는 현장이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너무 삭막했거든요. 그러다 제약회사 세일즈를 시작했는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제게는 맞았던 모양입니다. 참 재미있게 했었죠. 나름대로 전문성도 갖춰야 하고 사람과의 유대관계도 좋아야하고, 마음이 가 닿아야 세일즈가 성공하는 것이니까요”
이강희 관장은 당시에는 일을 참 재미있게 했었다고 말한다. 원래는 건축 일을 그만두면서 쉬는 기간을 활용해 6개월만 하자고 했던 것이 기간이 점점 늘어나 자그마치 7년을 했었다. 사람과 만나서 교류하고 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자신의 성향과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로 생활도 안정돼 오래 하고 싶었다는 그는 어느 날 문득 사회복지에 눈을 돌리고 그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그 이유를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1년 후에는 내게 어떤 일이 있을까 하는 것을 기다리곤 하죠. 그 결과가 있기까지 전 늘 준비하고 노력하며 기다릴 뿐이 구요. 노인복지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령화 사회가 점점 진행되는 만큼 노인복지에 관한 건 앞으로도 전문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이강희 관장은 32살이 되어 둘째를 낳을 당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했던 다짐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들려준다. 40세가 될 때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아야겠다는 것과 50세가 넘어서면 열심히 일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을 닦아야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며 현재까지는 자신의 계획대로 지내온 편이라고.

스스로 성찰하며 나은 내일 기다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이 미천한 탓도 있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이루거나 남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제 일을 충실히 하는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죠. 아직까지도 행동이 많이 앞서는 편이긴 하지만 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강희 관장은 현재 자신이 커다란 굴곡 없이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전생에 복을 많이 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생이 편안하기 위해서는 이 생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고 덧붙인다.
“어르신들 중에는 간혹 부부 중 한명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한결 치유가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되는 경우가 참 많죠. 노인복지관에 오는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시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분들 덕분에 제 스스로가 혜택을 많이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하며 행복을 느낀다는 이강희 관장, 사회복지에 관한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노인복지에 관한 일은 자신의 삶에 보너스가 되었다는 그는 그동안의 노력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삶은 순전히 운의 연속이었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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