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옥수 지음/비룡소
강민은 싸움질 거듭하는 아버지와 형을 때려눕히고 싶다는 충동에 벽을 친다. 컹컹 짖어대는 찡코를 제 분에 못 이겨 발로 차고 내던졌다 “ 순, 간, 순식간, 그래, 그 순간, 딱, 정말 그때였다. 난 녀석을 죽이고 싶었다. 아니, 나를 노려보던 녀석의 눈동자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너, 오늘 죽었어. 죽여 버릴 거야. 죽어 봐라. 이 개 새끼야. 끝장을 내 줄 테니까” 강민은 축 늘어진 찡코를 발견한 형 앞에서 “다 나가! 죽여 버릴 거야”라고 외쳤다.

강민의 엄마는 강민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이후 가스배달업자인 아버지는 강민의 형, 강수를 걸핏하면 때렸고 형은 강민을 때렸다.
옆집 미나는 어릴 적 맞벌이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오빠의 폭행에 고통 받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머루를 죽였던 기억을 지우고 성장한 20대 직장인이다. 가족을 떠나 외숙모 가족과 살면서 폭력에서 해방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그 폭력으로 인해 우울한 현실을 살고 있다.
<개같은 날은 없다>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강민과 미나를 통해 무심코 저지른 가정폭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청소년소설이다.
최근 각종 매체에 보도되었던, 강남의 사립 초등학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18세, 김 군의 경우를 보자.  김 군의 아빠는 실업상태로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아빠가 엄마에게 잦은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엄마는 무기력한 우울 상태가 지속되어 자식들을 돌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김 군은 집안환경 탓에 지난해 자살을 시도한 직후 자퇴했고 누나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받아왔다고 했다. 김 군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가정폭력과 학교 폭력을 유발했고 폭력으로 쌓인 분노는 부유한 환경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자라는,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향해 분출되어 결국 범죄자가 되었다.
그런데, 사회가 김 군을 그저 범죄자로 단죄하기에는 뭔가 가슴 한 켠이 아리고 우리 모두가 공범인 듯 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우린 가정에서 저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일 수밖에 없으며 실업 등 생계 불안에서 오는 가정위기 문제에선 사회 구성원 다수가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생존에 대한 불안을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줄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개-날-다>는 강민이 애완견인 징코의 죽음(마지막 장에서 생존한 징코를 확인한다)과 학교 폭력을 계기로 상담을 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가족이 치유에 협력함으로써 희망을 찾아간다. 미나 역시 외숙모 가족의 관심아래 똑같은 아픔을 겪는 강민을 계기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소설 밖, 현실의 김 군은 가정에서, 사회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일까? 김 군이 처했던 척박한 현실이 어쩐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개날다>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가해자인줄 모른 채 일상적으로 가하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 가운데서도 서로가 보내는 사랑의 신호, 눈빛에 담긴 호소를 읽어내라고 조언한다.  김 군의 부모와 이 사회가 그 신호를 읽을 여력이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음을 안타까워하며 굳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하였지만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면 서로를 보다 아끼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폭력은 불가항력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임을 희망하게 하는 착한 공감 소설이다.

 

 

 

 


송은희 사서
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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