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농아인 쉼터와 봉고차 마련이 꿈
농아인에 대한 이해가 많았으면

 

 

 

농아인은 청각장애 등으로 인해 말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인을 통칭한다.

교육에 관심 많은 센터장
“저도 농아인이지만 농아인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농아인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글은 물론이고 수화를 모르는 사람도 많거든요. 몸은 멀쩡해도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니 힘든 부분이 있어도 답답한 일이 많죠”
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 평택시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준호(61) 평택시수화통역센터장은 진위면 봉남리가 고향이다. 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난 후부터 청각장애인이 되어야 했던 그는 다행히 아들을 걱정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열한 살에 수원에 있는 농아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열세 살 때부터는 서울에 있는 농아학교로 옮겨 수화를 비롯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장남인 저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무척 힘들어 하셨어요. 그래도 지금은 수화로라도 대화할 수 있고 고등학교까지 배워서 세상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니 다른 농아인에 비해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죠”
이준호 센터장은 2004년 센터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센터가 점점 더 협소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손님이 와도 앉을 장소가 없고 농아인들이 와서 함께 마음을 나눌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이다. 교육프로그램을 하거나 농아인들이 통역을 의뢰하려고 해도 서비스를 지원할 차량도 1대 뿐이라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

농아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있어야
“농아인은 겉으로 보이는 장애가 없어서인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덜한 편이에요. 시각장애인이나 신체장애인들은 옆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고 자신들이 부족하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할 수는 있는데 농아인들은 들을 수도 없고 힘들어도 말할 수 없으니 도움을 요청할 수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없어 혼자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실정이죠”
이준호 센터장은 경기도 전체에서 차량이 1대뿐인 농아인센터는 평택을 포함해 4곳뿐이라고 말한다. 평택은 에바다학교가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나은 부분이 있지만 노년층이 많은 농아인들까지 포용하긴 어렵다는 말도 전한다. 복지와 지원은 균등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농아인들이 다른 장애인들과 복지형평을 맞춰가기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농아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정신이 깨어있을 수 있으니까요. 현재까지는 수화에 대해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기관이 없는데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협회여야 하죠. 농아인들도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전달해주는 사람도 그것을 전달받을 능력이 부족한 지금의 현실이 너무 마음아파요”
이준호 센터장은 센터에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복창초등학교 앞 자신의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젊어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양말이나 볼펜장사도 하고, 2천 마리 규모의 닭도 사육해 보고, 아이들이 뛰면서 놀 수 있는 일명 ‘방방이’ 사업도 해봤지만 결국 사업이 안 돼 빚만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이후 시작한 문구점에서 한푼 두푼 알뜰히 모은 덕분에 두 딸을 대학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고.

가족을 사랑하는 성실한 가장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건강이 안 좋으셔서 걱정이 많아요. 아내가 그동안 부모님 수발들고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죠. 첫째 딸은 결혼을 해서 가까이 살고 있고 둘째 딸은 올해 결혼할 계획이에요. 부모가 모두 농아인인데도 학교 잘 다니고 바르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제일 고맙죠”
이준호 센터장은 부모를 모시는 것은 자신의 도리라고 말한다. 부모님과는 몸짓 수준의 대화로 소통하고 있지만 작은 몸짓으로도 부모님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소통의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상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부모님의 도움이 있어서 일어설 수 있었다는 이준호 센터장은 이번 임기를 마치고 나면 가족들에게 더 마음을 쏟고 싶다는 바람도 전한다.
“농아인들이 좀 더 인격적으로 존중받았으면 좋겠어요. 현재 내 소망은 센터장 임기를 마치기 전에 농아인들을 위한 봉고차 한 대를 마련하고 농아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조금 넓은 쉼터를 마련하는 일이죠. 이 글을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이 글을 통해 농아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센터장을 그만 두면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이준호 센터장, 그는 부모님이 연로하신 만큼 이제는 아내 곁에서 집안일을 책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와의 소통이 비록 수화통역사의 중개로 이뤄진 것이었지만 열정 가득한 눈빛을 통해 농아인의 복지향상을 갈망하는 그의 소망과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모습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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