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찾아온 낙엽, 평택의 가로수가 신음한다

평택지역 현실 안 맞는 벚나무 식재, ‘예산 먹는 하마’
진위천 강변도로 벚나무 매년 고사에 보식 ‘악순환’
국도 38호 명물 메타세콰이아 잎마름병으로 피해 커
5년 넘은 ‘가로수 기본계획’, 이상기후 대처 역부족

▲ 잎마름병으로 생육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진 국도 38호 구간의 메타세콰이아
▲ 진위천강변도로 궁안교-팽성대교 구간의 말라죽은 벚나무
가로수는 도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지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평택은 도농 복합도시로 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도시화율이 높아지고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가로수의 중요성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가 관리하는 가로수의 말라죽는 현상이 곳곳에 벌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원인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벚나무 집단고사, 처방은 임시방편
평택시는 팽성대교-안중읍 구간 평택호강변도로에 식재한 왕벚나무 가로수의 집단 고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11월 까지 식재를 완료하기로 하고 최근 사업체 선정까지 완료해 8900만 원에 133그루의 벚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왕벚나무 집단 고사의 원인은 배수불량에 의한 염화칼슘 과다 노출, 도로공사에 의한 복토 등으로 나타났다.
평택시 안중출장소 녹지관리팀 관계자는 “기존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고 활착에 도움이 되는 퇴비가 많이 섞인 토양으로 대체해 식재할 계획”이라며 “염화칼슘에 의한 오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기존 위치에서 위쪽으로 옮겨 앞으로 심고 과도한 염화칼슘 살포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 원인이 된 배수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예산문제로 난색을 표해 이번 식재는 향후 같은 문제가 재발할 위험을 간과한 임시처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메타세콰이아도 집단 고사, 天災·人災 합작품
국도 28호 경사면에 식재한 메타세콰이아도 올 여름 때 이른 낙엽이 지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평택시는 평택에서 안성으로 연결되는 국도 38호 성토구간에 시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2년 3km 구간에 메타세콰이아 1000여 본을 식재한 바 있다.
10년 간 별 이상 없이 푸름을 자랑하던 메타세콰이아에 이상이 발견된 것은 지난 8월 들어서였다. 잎이 황갈색으로 변하면서 낙엽이 지고 생육불량 현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에는 고사하는 등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해 평택시가 조사에 나선 결과 전체 수목의 4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의 진단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목이 수세가 쇠약할 때 주로 발생하는 메타세콰이아 잎마름병에 걸린 것이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전국적으로 강타한 한해가 가로수 생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자연재해에 의한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부분의 피해수목에 10~15cm의 흙이 뿌리 부근에 덮이는 심식(深植)이 발생해 뿌리의 발근이 쇠약해져 있어 한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지적돼 주변의 흙을 제거하고 배수 관리를 잘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시관리 체계가 미흡했음을 알 수 있다.

통복천변 가로수, 집단폐사에 동참
통복천 LH휴먼시아아파트 입구에서 서재 구간에 식재된 가로수 느티나무도 집단 폐사됐다. 관리감독기관인 평택시 건설하천계획과 관계자는 “시공사인 S종합건설 조사에 의하면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수목은 145본으로 확인됐다”며 “식재를 하절기에 했고 가뭄이 심해 뿌리가 활착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부서에서 직접 파악하지 않고 업체의 산출에 의지했다는 점과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의뢰해 피해 원인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평택시의 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사전예방과 체계적 계획 필요
국도 38호 평택대~굿모닝병원 구간 중앙분리대에 심은 배롱나무가 거듭 활착에 실패해 올 9월 초 상태가 양호해 다른 곳으로 이식한 19본을 제외하고는 전부 폐기했으며 이 자리에는 공해에 강하고 뿌리 생장이 양호한 산철쭉 4300본을 식재했다.
토양조사 등과 같은 체계적 조경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식재가 시민의 혈세 2180만 원을 낭비하는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평택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좁은 중앙분리대, 많은 교통량에 의한 공해, 염화칼슘 등이 배롱나무의 생육에 실패한 원인”이라며 “워낙 열악한 환경이어서 식재보다는 잔디로 조성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도시미관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수종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도 45호 팽성 진입로에 식재된 무궁화의 경우 한해가 예상되자 450여 본의 나무에 일일이 물주머니를 달아 매일 물을 공급하는 등 피해예방에 노력해 손실 없이 생장시키는 성과를 거둬 향후 사전예방 차원에서 가로수 관리의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평택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하자보수 기간인 2년 동안은 한해에 약한 수종은 시공업자에게 물주머니를 의무적으로 달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며 수분흡착제 등 활착에 도움을 주는 부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팽성읍 근내리 신설도로에 고사한 왕벚나무를 캐낸 후 새로 식재한 모습
벚나무 편중, 시목 소나무는 0.21%
해당 부서 간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가로수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도로 신설시 수종 선택과 식재는 도로 공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맡는 반면 하자보수 기간이 끝난 이후에 공원녹지과로 이관하게 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는 책임소재의 불명확함과 관리의 일관성 측면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평택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어떤 수종을 심을 것인지에 대한 권한은 도로공사팀에서 가지고 있다. 상의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제한된 부분이며 막상 향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공원녹지과에서는 식재된 수목의 적합성을 따지기 전에 생육에만 전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택시에서는 이러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하자보수기간이 지나기 전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이상이 있는 수목에 대한 하자보수 신청을 하고 있으나 결국 현행 하자보수 기간인 2년이 넘어 고사하는 수목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평택시에 돌아올 수밖에 없어 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보식을 하는 악순환이 재현되고 있다.
평택시는 공원녹지 관리를 위해 올해 본청 18억 원, 안중출장소 17억 원, 송탄출장소 16억 원, 모두 5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 중 가로수에는 보식 3000만 원, 식재 9000만 원 등 1억 2000만 원을 상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집단 고사와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특별예산이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별도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예산이 투입되고 2011년 말 기준 모두 5만여 본의 가로수를 관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 할 전문 인력 부족으로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식재도 일부 수종에 치우쳐 있어 지역적 특색과 기후, 토양에 걸맞은 다양한 수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평택시에서 관리하는 가로수 5만 392본 중 벚나무가 1만 8839본으로 37.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은행나무가 1만 1141본 2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공해와 병충해에 약하고 관리가 까다로운 벚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봄 철 개화기 며칠간의 볼거리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관리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반면 소나무는 108본으로 전체 가로수의 0.21%에 그쳐 시목(市木)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기조차 미흡한 수준이다.

가로수 기본계획 재검토 필요
가로수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방사냉각 현상에 의한 기온저하를 완화해 도시 기후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수분을 수증기로 방출, 주위의 열을 흡수해 주변의 온도를 낮추며 건물 등 구조물로 대기 순환이 막힌 공간에서 대기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통풍구 역할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가 하루 동안 0.6ℓ의 수분을 방출하며 이는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와 동일한 것으로 발표됐다. 여름철 나무 그늘이 시원한 것은 단순한 그늘 때문이 아닌 이 같은 숨겨진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가 도시기능에 미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한 평택시는 지난 2007년 11월 발 빠르게 ‘가로수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관리를 꾀한바 있다. 그러나 도시기본계획이 수차례 수립되고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로수 기본계획’은 이를 뒷받침할 후속 대책이나 변경이 없이 수립 당시의 원안을 유지하고 있어 빈번해지는 기상이변과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가로수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때문에 평택시의 가로수 정책이 ‘돈 먹는 하마’가 아닌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가로수 기본계획’의 수정 계획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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