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수 시인 묘에서 ‘질곡의 삶’을 보다

사업회, 용인공원묘원 박석수 시인 묘 찾아가
세월에 씻긴 묘, 찾는 이 없어 쓸쓸함 감돌아


 

 

 

쑥고개로 불리던 송탄으로부터 약 37㎞ 떨어진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에는 누구보다도 시를 사랑하고 평택을 사랑했던 요절 시인 박석수가 잠들어 있다.

지난 11월 25일 박석수기념사업회가 박석수 시인 묘 이장을 앞두고 참배와 답사를 겸해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행길에 올랐다.

용인공원묘원을 들어서 가파른 언덕 갈림길을 몇 번이고 지나 도착한 시인의 묘소 앞 비석에는 20년 공원묘원 이용 기간이 지나 무연고 묘지를 정리하겠다는 묘원관리사무소 안내문이 너저분하게 붙어있었다. 묘비가 없었더라면 그 형태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암담한 상태였으며 봉분이 세월에 씻겨 내려가 소복하게 쌓인 눈 사이로 삐져나온 잔디만이 그 형태를 짐작하게 했다.

이성재 박석수기념사업회장은 준비해온 제사상을 준비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 했다.

“하루라도 빨리 자네를 고향땅으로 데려가겠네, 조금만 기다리시게나…”

이성재 회장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시인의 묘를 우두커니 바라봤다.

1949년 지금의 송탄터미널 건너편 소방도로에 접해있는 평택군 송탄면 지산리 805번지에서 출생한 박석수 시인은 생전에 이름을 날린 스타 시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K-55 오산미공군기지가 자리 잡은 후 기지촌이 들어선 고향땅 송탄의 애처로운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민족의 애환을 담아낸 <방화>, <쑥고개> 등 반미 성향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날 참배 길은 이성재 회장을 비롯해 이경주 부회장과 이태용·김은숙 부부 화가, 한도숙 시인, 손창완 송사모 회장, 박명호 평택저널 대표 등 박석수기념사업회 임원 7명이 함께했다.

이번 참배에 참여한 한도숙 시인은 평택으로 돌아오는 길에 박석수 시인은 평택의 정신문화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0~70년대에 기지촌이 발달했던 지역의 특수성을 비판했던 시인의 작품에는 민족의식과 향토애가 묻어있다”며 “최근 평택지역은 미군기지가 이전해오며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문화에 동화될 것이 아니라 박석수 시인의 정신을 계승하고 향토문화를 보존해 미군에게 전파해야 한다”며 박석수기념사업회의 의의가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에 목적을 둬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성재 회장은 이날 “내년 3월 묘 이장을 목표로 최대한 빨리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창립대회 발기인들의 힘으로 모아진 돈으로 그의 대표적인 시를 새긴 시비를 세워 평택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이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수기념사업회는 향후 문학관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평택시민들의 관심과 평택시 행정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평택시는 내년 문화정책 예산에 ‘평택문인 박석수 문학적 평가 용역’ 항목으로 용역비 2500만원을 세워 평택시의회에서 예산심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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