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사신문·평택문화원 공동기획]

   
 

중중모리 장단의 상여소리
이승과 작별하며 부르는
달구꾼들의 회닫이소리
‘박용철’ 명인 가는 길에 되받다

 

박용철, 경기도무형문화재 제48호 평택민요 장례요 보유자 활약
20세를 갓 넘긴 나이부터 ‘요령잽이’로 인근 마을에 널리 알려져
장례요를 담아 <삶의 소리 흥의 소리 평택전통민요> 음반 제작

 

▲ 1971년 평택시 칠원동 상여소리


Ⅲ. 평택의 예인藝人
1. 소리
3) 평택민요平澤民謠 보유자

▲ 고 박용철
평택민요 장례요 보유자

■ 박용철(朴容哲)

경기도무형문화재 제48호 평택민요 장례요葬禮謠 보유자 박용철은 1929년 1월 15일 서해 바다를 낀 포승읍에서 비교적 내륙지역인 홍원2리 123-2번지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외지에 나가지 않고 고향을 지켜왔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포승읍 홍원2리 마장마을 어귀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여집이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장례 절차가 간소화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생활양식 때문에 상여소리가 거의 사라져 가는 실정이다.

박용철은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가업인 농업에 종사하며 마을 어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민요를 따라 듣고 배웠다. 같은 마을 집안 할아버지인 박백운, 동네 어른인 백상봉 등으로부터 상여 소리, 회닫이 소리, 모내기 소리, 애벌매기 소리인 얼카뎅이, 재벌매기 소리인 대허리, 만물매기 소리인 방개타령 등의 소리를 배웠다.

▲ 고 박용철 평택민요 장례요 보유자가 나고 자란 포승읍 홍원2리

20세 때부터 포승읍 홍원리는 물론 인근 안중지역에서 초상이 나면 선소리꾼으로 뽑혀 다니며 긴상여 소리, 자진상여 소리, 회닫이 소리를 불렀다. 박용철의 상여소리는 안중읍을 중심으로 포승읍, 청북읍, 현덕면, 오성면 등 평택시 서부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던 소리로 음악적인 면에서 보존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평택지역 장례의식 절차는 영결식과 발인제를 마치면 상여꾼들이 상여에 망자를 싣고 장지로 떠나게 된다. 상여를 메는 사람들은 상여꾼과 상두꾼, 유대꾼, 역군, 담예꾼, 부역꾼 따위로 부르는데, 열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상여 앞에서나 상여 위에서 상여꾼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소리꾼 또는 요령잽이라고 하는데, 요령이나 북을 치면서 상여소리의 앞소리를 메긴다. 박용철은 20세를 갓 넘긴 나이부터 요령잽이로 근동에 널리 알려졌다.

▲ 평택민요 장례요 상여소리

발인제를 마치면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집 앞에서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망자의 집을 바라보고 서서 상여 앞을 낮추어 절을 세 번하는데 이때 상여 어르는 소리, 발인 소리를 부른다.

망자가 이승을 하직하는 슬픔, 유족과 친지와 나누는 인사말, 망자는 극락으로 잘 떠나라는 축문으로 되어 있다.

상여가 장지로 향하게 되면 중중모리 장단에 맞는 상여소리를 부른다. 박용철은 요령을 흔들거나 때로는 북을 쳐 한 장단이나 두 장단의 앞소리를 메기면 상여꾼들이 뒷소리를 받는다.

이때 상여소리는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의 슬픔을 노래한다. 상여소리는 평지를 지나갈 때와 다리, 언덕, 좁은 길 등 환경이 좋지 않은 길을 지날 때 장단의 빠르기가 달라지며 험한 길에서는 쉬어가는 경우도 있다.

상여가 장지에 이르면 망자가 든 관을 내려 무덤에 안장하는 하관이 이어진다. 이어 회를 섞은 흙으로 덮고 여러 일꾼들이 발로 밟거나 장대로 단단히 다지는 것을 달구질이라고 한다. 달구질을 할 때는 달구꾼들이 회닫이소리를 부른다.

박용철의 회닫이소리는 중중모리 장단이나 늦은 자진모리장단으로 진행되는데 선소리꾼이 북을 치며 한 장단의 앞소리를 메기면 달구꾼들은 같은 장단의 뒷소리로 ‘어허 달공’하고 받는다. 달구소리는 장지가 명당이라는 덕담인 경우가 많으며, 달구소리 후반에는 빠른 장단으로 된 잦은 달구소리를 불러 달구질을 마무리한다.

▲ 평택민요 장례요 회닫이소리

박용철은 장례요와 농요 이외에도 최은창으로부터 농악을 배워 꽹과리, 북, 법고, 열두발상모 등 평택농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악기를 구사해 같은 마을 사는 평택농악 태평소 명인 황홍엽과 포승읍 방림리 거주 이민조 등과 농악패 활동을 함께 해 왔다.

2009년 6월 29일 경기도무형문화재 제48호 평택민요 장례요 분야의 보유자로 지정돼 활동해오다 다음해인 2010년 8월 24일 작고했다.

박용철의 장례식에는 평택민요보존회원들이 참여해 그가 수없이 불러왔던 상여 소리와 회닫이 소리를 부르며 마지막 가는 명인을 추모했다.

박용철은 작고하기 몇 달 전 장례요를 원음으로 녹음한 <삶의 소리 흥의 소리 평택전통민요> 음반을 제작했다.

이 음반에는 평택민요 농요 보유자 이민조, 어업요 보유자 이종구와 함께 분야별 평택의 소리를 담아냈다.

장례요 음반에는 긴 상여 소리, 자진 상여 소리, 회닫이 소리를 박용철 보유자가 메기는 소리를 하고 평택민요보존회 단원들이 받는 소리를 녹음했다.

 
▲ 글·박성복 사장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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