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농장 ‘오씨네 누렁이’ 전국 제패하다

소 생김새나 얼굴만 봐도 ‘너는 우리소’
축산업 하며 고통참고 인내하는 법 배워

 
사료가격이 크게 오르고 공급과잉과 소비위축으로 인해 축산농가가 점차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불황의 터널에서도 평택시 팽성읍 대사리 진영농장의 오학영 씨네 한우는 올해 전국한우경진대회에서 고급육생산 어미소부문 최우수를 차지해 전국에서도 최고 한우의 인증을 받아 눈길을 끈다.

전국한우경진대회 최우수
“개체등록번호가 생긴 지는 얼마 안됐지만 저는 10여 년 전부터 벌써 개체관리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더 좋은 육질의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교배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치면서 가장 좋은 육질의 한우가 생산되거든요. 대회에서는 많은 것들을 심사하게 되는데 소의 혈통관리나 전체적인 외모도 심사대상에 포함되지요”
진영농장을 운영하는 오학영(59) 씨는 지난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2일간 안성시 공도읍에 소재한 안성팜랜드에서 개최된 전국한우경진대회에서 최우수를 받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한다. 전국 8개 도에서 115두가 출품돼 각 시·도별 한우 개량척도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열띤 경합의 자리에서 오학영 씨의 한우는 당당히 고급육생산 어미소 부문 최우수를 받았다. 최우수를 받은 소는 그 외모부터가 다른 소들과는 확연히 구별될 만큼 잘 생긴 외모를 자랑한다.
“현재 저희 농장에는 150마리의 소가 있는데 우시장에 나가 다른 소들과 섞어놓아도 단박에 어떤 소가 우리농장 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얼굴모양, 뿔 모양, 전체적인 모양만 봐도 다 구분이 되거든요. 소들은 혈통관리가 우선이고 사료도 발효사료를 먹여 관리를 잘 해야죠. 물론 우사도 환기를 잘 시키고 쾌적하게 해줘야 소들이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자라게 되는데 소들은 일반적으로 겁이 많은 짐승이고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용하고 햇빛도 잘 들게 해줘야 합니다”
30여 년간 농장을 운영해온 오학영 씨는 지난해에도 전국대회에 나가 한국종축개량협회장상과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모두 소들을 향한 오학영 씨의 남다른 애정에서부터 비롯된다.

자동차정비공에서 농장주로
“처음부터 농장을 시작하려 했던 건 아닙니다. 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죠. 주사도 놓을 줄 몰랐고 소들이 다가오면 멀찌감치 도망을 갈 정도로 소를 무서워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자동차정비공장을 하려고 농장을 시작했는데 그만 소와 함께 살자는 생각에 눌러앉아버렸네요. 아내는 지금도 가끔 그때 일을 회상하며, 정비공장 한다 해서 시집왔더니 결국 소똥만 치운다고 투덜대곤 하지요”
오학영 씨는 자동차정비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나름대로 정비공에 대한 꿈을 갖고 정비공장에 취직해 일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신만의 정비공장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그 자금마련을 위해 농장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학교 다닐 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이상하게 목장을 하고 싶다고 대답하기도 했지요. 아마 그 생각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원평동이 고향인데 서울에서 직장 다니다가 다시 고향에 내려와 원곡에서 15년 농장을 했고 다시 팽성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농장을 하고 있지요”
오학영 씨는 처음 농장을 할 당시 한우 3마리로 시작해서 한때 200마리까지 키우기도 했지만 축산업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두수를 줄여 현재는 150마리를 혼자 키워내고 있다. 혼자 해야 하는 만큼 힘은 들지만 이제는 우사 청소를 비롯해 농장관리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돼서 예전처럼 손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축산업, 느긋함으로 승부해야
“소파동도 있었고 사료파동도 있었고 구제역도 지나가면서 축산업이 여러 번 위기를 겪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농장은 구제역을 피해갔지만 많은 농장들이 충동적으로 출하를 결정하는 등 농가가 휘청거리기도 했지요. 저 역시도 소를 키우면서 많이 느끼게 되는 거지만 농장을 할 때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소처럼 우직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난관들에 부딪히게 되면서 그런 상황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요”
오학영 씨는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젊어서는 왜 참아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묵묵히 참고 인내하면 좋은 결과도 뒤따른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된다고.
“이번에 딸이 원곡 가는 길목에 정육식당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농장에서 좋은 고기를 대줄 수 있으니까 유통마진을 줄이고 저렴한 가격에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면 그것도 농장이 살아남기 위한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식당은 처음 시작하는 거라 여러모로 서툰 점이 많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좋은 고기를 납품한다는 자부심 하나는 있습니다”
현재 오학영 씨는 자주 딸이 하는 식당에 나가 일을 돕는다. 최고급육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돕겠다는 취지지만 아직은 서툴러서 손님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제대로 손님을 맞을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매일 걱정이 태산이다.
전국에서도 최고의 한우를 생산해내는 오학영 씨. 30여년을 소와 함께 살아가는 동안 그는 성품도 어느새 소처럼 우직해지는 듯하다. 다부지게 일을 해내면서도 순박하게 웃음 짓는 그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어떤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이 농사짓는 소처럼 우리 한우를 지켜가는 든든한 버팀목 같다는 생각에 어느새 마음마저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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