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건립한 평택이주민센터 바다 5월 개소
주거·한국어 교육·상담 등 지원, 최대 3개월 거주


 

 

 

기숙하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갈 곳을 잃은 외국인 여성근로자나 이혼 또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거주할 장소를 잃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다시 거처를 찾을 수 있는 기간 동안 편안하게 기거하며 쉴 수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평택시 비전동 어인남로 8번길 26, 부원맨션에 자리 잡고 지난 5월 17일 개소식을 가진 ‘평택이주민센터 바다’는 평택장로교회 부목사를 맡고 있는 성우경(48) 목사가 센터장을 맡아 운영하고 이휘옥(60) 간사가 4명의 네팔 이주여성들과 함께 기거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평택이주민센터 바다는 10여명의 이주여성들이 새로운 직장이나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최대 3개월 동안 머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이주민 주거생활 지원 ▲자활할 수 있도록 기관 연계 ▲이주민 조기 적응 프로그램 ▲이주민 성장을 위한 상담 등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 비전동에 있는 통미마을 작은도서관에서는 ▲한국어, TOPIK 한국어능력시험, 중도입국 청소년 검정고시 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

소외된 이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단함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비를 털어 이주민센터를 설립했다는 성우경 센터장은 “선교를 위해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 말에 동의한 아내가 한국어교원자격증 2급을 취득하고 다문화전문가 자격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며 “현재는 어린이집 교사인 아내가 틈틈이 통미마을 작은도서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센터의 이름인 ‘바다’는 모든 바다가 물을 포용하듯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어떤 사람도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바다가 가진 자정능력처럼 이곳에 있는 동안 이주여성들의 다친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되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쉼터에서 머물고 있는 여성들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나와 농장 등에서 일을 하면서 기숙을 제공받다가 퇴사 후 갑자기 기숙할 곳이 사라진 여성, 또는 결혼이민 여성 중 폭력이나 이혼 등으로 인해 기거할 곳이 사라진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기간 동안 이곳에 머물게 되는데 만일 직장에서 일하던 중 임금이 체불됐으나 언어구사가 어려워 임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이 있다면 센터가 이들의 중개역할을 자처하며 여성들을 돕기도 한다. 

바다에 거주하는 리샤(23, 네팔) 씨는 “이곳에서 열흘 정도 생활했는데 목사님과 간사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다”며 “신혼인데도 남편과 떨어져서 먼 타국에 와 있지만 돈을 많이 벌면 고국으로 돌아가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미나(33, 네팔) 씨는 “고국에 돌아가서 버섯농장을 차리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으며, 고향에 4살짜리 아이가 있다는 사비뜨리(27, 네팔) 씨는 “열심히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가면 소와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삶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이들이 현재 처한 현실이다. 이들은 오늘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고용노동센터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여성들을 돕기 위해 늦었지만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휘옥 간사는 “이주여성들을 외부에서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어린 나이에도 저마다 사연들을 갖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며 “이곳에서 쉬었다가 직장을 찾아 나가는 여성들이 가족 같은 정을 잊지 못하고 추석 때 꼭 오고 싶다고 말할 때는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성우경 평택이주민센터장은 “우리나라도 불과 30~40년 전만해도 해외로 나가 외화벌이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 모두 우리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다”며 “우리도 이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목사는 복음을 전하며 영혼을 구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단지 그들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단한 육신도 구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것은 이곳을 이용하는 이주여성들이 한 사람도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 ‘평택이주민센터 바다’ 여성쉼터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전화(031-654-6989/010-5048-8296/010-2757-9901)로 문의하거나 또는 이메일(pt-bada@naver.com)로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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