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십대 젊은 청년과 이야기를 하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잠깐의 머뭇거림과 함께 전해진 그 말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돌아서 오는 내내 그 말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내 젊은 시절의 아픔들, 모든 것을 잃고 바닥에 내려앉았을 때의 기억들,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섰을 때의 기억들까지…, 빠르게 스쳐가는 단편의 영상들은 이제는 흑백사진처럼 조금은 덤덤하게 남아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친구를 붙잡고 “인생은 다 그런 거야, 다들 그렇게 힘겨움과 싸우며 살고 있어”라는 신파조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었고,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를 교훈삼아 “네가 크게 되라고 하늘이 시련을 주시는 거야”라며 되지도 않는 설교를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아픔이나 힘든 일들은 자신의 삶에 비례하는 만큼 타인이 그 아픔을 정량화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없으니까요. 아니, 내가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삶은 뜬구름 같은 것이니 스스로 이겨내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우리는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합니다. 때문에 타인의 경험은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는데 있어 참고는 될지언정 힘든 것을 해결해주거나 내 삶을 바꾸어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교훈이나 가르침들은 그렇지 않아도 짐을 가득 안고 있는 마음에 더 많은 짐을 얹어줄 수도 있겠지요. 그보다는 오히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일에 신경 쓰느라 몸을 해치지 않도록 따뜻한 밥 한 끼 사주면서 힘주어 그의 두 손을 꼭 잡아주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 말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입니다. 살아온 시간이 늘어갈수록 경험도 늘어나고, 실패의 경험과 재기의 경험에 비춰 어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빠른 길을 안다는 착각에 그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지는 것이지요. 그것을 삶의 지혜라고 믿는 만큼 누군가가 힘들어 하면 먼저 나서서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져갑니다. 그래서 자꾸 말을 하게 되고, 가르치게 되고, 이해시키려는 마음이 커지고, 말은 더 장황해집니다. 너만은 나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고, 너만은 나보다 조금 덜 힘들기를 바라고, 너만은 조금 더 빨리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 그에게 더 큰 짐이 될 수도 있는데도 말이지요.

쏟아내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요즘 당면한 큰 숙제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나의 삶에 최적화 되어 있는 깨달음일 뿐, 모든 타인들의 삶에까지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말보다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요즘 조금씩 깨닫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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