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나날 들

어느덧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나날들이 3년이나 지나갔다.
그동안 정신없이 사는데 급급하여 바쁜 삶을 뒤돌아 볼 사이도 없었던 것 같다.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보는 계기로 지난 세월을 잠시 되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의 모습은 참 촌스럽고 어수룩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을 꿈꾸면서 희망으로 가득 차있었다. 너무 잊을 수 없는 것은 주민등록증을 받던 날이었다. 지금도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많이 울었던 그날이 행복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북한에서 청소년시기에 탈북을 하다 보니 당시 27세라는 나이까지 신분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정처 없던 날들도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첫걸음이지만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문화적인 스트레스, 환경적인 스트레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초심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쳐가는 삶속에 허덕이는 나를 발견하였다. 나이 서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무작정 알바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고 누구하나 아는 사람도 없이 고독하게 심한 스트레스로 잠도 못자고 고민하고 있을 때.
뜻하지 않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나 같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북한이탈주민 하나센터와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를 만나게 되었다.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에서 직업, 취업이라는 개념을 알아가면서 진로도 선택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하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던 내가 전문보건자격을 가지게 되었을 때의 성취감은 태어나 처음 가져보는 감정이었다. 나도 이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희열 속에 행복했던 그날이었다.
그렇게 지난 세월의 아픔과 어려움,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지금은 유니폼을 입고 멋진 모습으로 일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열심히 배우면서 근무를 하며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은 서툰 말투도 많이 바뀌었고 의사소통도 어렵지 않다.
병원에서는 친절한 간호조무사로 뽑혀 시상을 받기도 하고 인정받는 내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여 날로 발전하는 나의 모습을 기대하고 내가 한국에 와서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다른 누군가를 위하여 바쳐지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이 글은 북한이탈주민이 평택지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거나 느낀 점을 본지에 보내온 것입니다. 경기남부하나센터(656-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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