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언어로 시민과 소통할 것”

‘이야기가 있는 그림’ 전시회 열어
평택평화센터 활동, 그림으로 표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그림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특히 평택평화센터에서 활동하며 느끼고 보았던 것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대추리 어르신들의 삶, 제 개인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냈어요. 전시회를 찾은 시민이 제 그림을 보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2월 11일부터 평택평화센터에서 그림전시회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진행하고 있는 임윤경(48)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은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가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본인의 삶 또한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그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기 보다는 그림을 통해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울산 소녀, 격변의 성장기

울산에서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임윤경 사무국장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일하셨습니다.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는 평범한 집이었죠. 한데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고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셨어요”

평범했던 집안이 아버지의 해고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졌던 그 당시 상황은 그가 지금 시민사회 활동가로 활동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당시 이웃들이 대부분 노동자였고 노동자 대투쟁을 지켜보면서 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사회운동이 왜 중요한 것인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세리을’이라는 고교연합 문학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이곳에서 책도 읽고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고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임윤경 사무국장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교에는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해고 이후로 넉넉지 못한 살림에 입학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집에는 대학 시험을 보겠다고 나와서는 결국 시험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입학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일 년간 회사에 다니며 돈을 모았습니다. 결국 입학금을 모아 부산에 있는 한 대학에 갔어요. 어렸을 적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기에 실기는 자신이 있었고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죠”

 

사회운동가, 평택에서의 삶

임윤경 사무국장이 처음 평택을 접한 것은 남편 때문이라고 한다. 연애 시절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던 남편을 보러 올 때면 거쳐 가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이 평택·안성지역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하면서 평택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2001년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평택에서 처음 사회활동을 시작했죠. 그 당시 함께 활동하던 분들이 지금은 지역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공동육아협동조합 교사로 일하며 전공을 살려 미술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했다고 한다.

“직접 미술 재료를 찾는 것부터 함께 하며 소통하고 교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림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림은 단순히 그린다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평택평화센터와 그림전시회

하래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기도 했던 임윤경 사무국장은 2014년 주민참여예산제 강의를 기획하며 평택평화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우연히 강상원 소장님과 인연이 닿아 평택평화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며 시민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사업이 바로 ‘우리동네 평화이야기’인데 모르는 것을 가르치듯이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소통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는 이러한 사업을 구상하는 데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상당히 도움 됐다고 한다.

“그림이 업은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운동을 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죠”

임윤경 사무국장은 올해 초부터 그림전시회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한번 정리하는 차원에서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림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왠지 혼자 전시회를 열기에는 대추리 주민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금 더 뜻깊은 일을 생각했습니다. 마을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며 고생해온 부녀회분들의 민화전시회를 기획한 것이죠”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대추리부녀회 회원들도 이내 자신의 작품이 완성되고 전시회가 열리자 매우 만족했다고 한다.

임윤경 사무국장은 이처럼 자신의 장점을 살려 평택평화센터에서 오래도록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시민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지역사회를 위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회운동가로서 임윤경 사무국장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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