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받기보다 사회 책임지는 어른 돼야”

경로당은 노인들의 행복집합소가 되어야
남은 인생은 봉사하는 행복전도사 될 터

 
노인문제가 국가가 책임지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만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수명의 증가 만큼 삶의 기간도 연장되었고 그에 따라 노인들의 삶의 질에 관한 얘기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평택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3만 명 중 4만 5000여명으로 10.8%에 달해 사회적인 실질적 대책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경험은 가장 중요한 자산
“누구나 노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고 이젠 노인들도 많아져서 실질적으로 노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깊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예전에는 부양받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노인들이 먼저 나서서 사회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봉사도 먼저 실천하면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살아가야지요”
대한노인회 평택시지회 김낙용(80) 회장은 사회를 책임지는 어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에 무게를 싣는다.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먼저 삶을 살아본 어른들의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재산이므로 대접받고 부양받기 보다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김낙용 회장의 생각이다.
“저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에 열 명 이상의 친구를 만나고, 백자 이상 글씨를 쓰고, 천자 이상 책을 읽고, 만보 이상 걸으면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이죠. 대한노인회 행복전도사 1기인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남이 하기 싫은 일은 내가 먼저 나서서 하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런 마음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요”
김낙용 회장은 평택에 있는 510개의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행복집합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을 위해 활동했던 지식층이나 원로층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노인들을 위한 일에 앞장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면장으로 시작한 공직 37년
“제 나이 스물아홉에 고향인 서탄에서 면장 직을 맡으며 처음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68년도인가 서탄면장 할 때 큰 장마로 저수지 둑이 터질 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는데 만약 둑이 터지면 마을이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쓸릴 만큼 큰 사건이었지요. 그때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행히 마을에 피해가 없었습니다. 귀한 생명과 재산을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구해냈던 당시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었지요”
김낙용 회장은 젊은 나이에 면장에서부터 시작해 화성과 송탄, 평택 등에서 민방위과장, 사회과장, 세무과장, 회계과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정년퇴직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37년간을 공무원으로 지내며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 송탄에서 초대 의료보험조합장으로 6년을 지낸 것도 그의 다양한 이력 중 하나다.
“저는 옛날부터 주로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강의를 할 일이 있으면 이 말은 꼭 하곤 합니다.  재산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에게 맡겨진 것일 뿐이니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제 스스로도 늘 저녁이면 하루 일과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고 오늘 내가 잘못한 일은 없나 하고 되돌아보곤 합니다”
김낙용 회장은 각 경로당 회장들을 만날 때면 입버릇처럼 자신은 종이고 회장들은 주인이니 부디 종을 잘 부려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자신을 써달라고 부탁 한다며 웃는다. 김낙용 회장도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 앞장서서 봉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까닭이다.

세상 떠나도 명예는 남아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봉사활동도 노인들이 먼저 나서서 하게 되면 그 또한 사회적인 귀감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요즘 경로당에서는 기업에서 의뢰받아 쇼핑백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한 달 일하면 20~30만 원씩 버는데 그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은 아직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게 되거든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는 김낙용 회장은 오늘도 많은 어르신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대나무 밭에서 자란 대나무는 결코 비뚤게 자랄 수 없는 법이지요. 저는 6남매를 두었는데 내가 죽고 나서도 내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참 잘 살아 오셨어’라는 소리를 듣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세상은 한번 왔다 한번 가는 거고 비록 육신은 사라진다 해도 그 사람이 살아왔던 명예는 내 자손들에게 남게 되는 것이니까요”
김낙용 회장은 재능, 지식, 실천은 인간이 갖춰야 할 세 가지 덕목이며 자신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그 세 가지 덕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낙용 회장이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일은 현재 삶의 철학이자 후손들에게 남겨줄 큰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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