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한국에 온지도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만 해도 산 설고 물 설은 낯선 땅에서 “행복하고 좋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 한국에 대해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만 듣고 민주주의와 자유, 삶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하는 다른 한편의 무거운 책임감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왔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가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 공산주의체제에서 지시받는 일들만 해오던 나에게는 적응하기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내게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그 분들은 친절하게 등도 두드려주고, 손도 잡아주며 “얼마나 고생스럽냐?”며 내게 힘을 주었다. 그 분들 덕에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많이 위로 받았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해주고 어려운 일은 없는지 전화도 자주 해준다. 이분들만 생각하면 고마움에 절로 눈가가 젖어오기도 한다.
매년 김장철이면 함께 모여서 김장도 담그고 한해를 보내고 가족이 그리울 때면 송년모임으로 함께 웃을 수 있고 더욱이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기꺼이 다가와서 무슨 일이건 함께 해주는 고마운 하나센터 선생님들, 전문 상담사님들, 형사님들이시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와서 마주하던 분들도 그 분들이고, 지금도 옆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내가 고민할 때 조언을 해주시고 힘을 주는 분들이다. 이 분들이 안계셨다면 고아처럼 한국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만 하고 현재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힘과 용기를 얻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이 분들을 만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부질없는 아집으로 나 혼자 적응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고 심적으로 서로 의지하고 적응한다면 적응기간의 단축과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해 살고 나보다 다른 이들을 위한 좋은 일을 마음에 품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내가 그분들께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기에 하루하루 흘리는 땀방울이 내겐 참 값진 것이다.
지금도 적응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든든히 옆에 계시는 그 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희망과 용기를 갖고 즐겁게 살아간다.
내가 이 한국사회에 더욱 잘 정착하여 희망을 품고 찾아오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분들의 역할을 함께 감당하고 싶다.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

 

이 글은 북한이탈주민이 평택지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거나 느낀 점을 본지에 보내온 것입니다. 경기남부하나센터(656-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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