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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봄의 생각나무 / 205 - 행복한 출퇴근 길
임봄 기자  |  foxa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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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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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살던 평택 시내를 벗어나 두해 전 고향인 안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커서 품을 떠났으니 나이 드신 부모님 곁으로 가서 함께 의지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사는 곳은 안중에서 거의 첫 번째로 지어진 주택단지인데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그런 곳입니다.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지고 낡은 주택이지만 그곳에는 이미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이 있어 작고 오래된 시골마을 같은 편안함이 있습니다.

이곳에 이사를 가면서부터 출근 시간이 제법 길어졌습니다. 사무실이 있는 평택 시내까지 나오려면 넉넉히 30분은 잡아야 하니 퇴근시간까지 합치면 족히 한 시간은 출퇴근으로 소요되는 셈입니다. 부모님 곁으로 가서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평소에도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그 시간을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하는 것이 한동안은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머리를 썼습니다. 평소 시간 내기가 어려워 제대로 듣지 못했던 인터넷 강의를 듣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지요. 인터넷에는 수많은 석학들의 강의가 마치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고, 그중에서 어떤 강의를 들을까 고민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처음 선택한 것은 역사 강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로 시작해서 불교에 관한 강의, 다양한 철학 강의까지 하루 한 시간을 투자해서 듣는 시간은 꽤나 알찼습니다.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느새 출퇴근 시간이 제법 기다려지기까지 했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더해지면서는 사무실이나 집에 도착해서도 이어폰을 끼고 잠깐씩이라도 더 듣는 시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내 나름대로 소소한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을 찾은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뭐라 하건 간에 내가 행복한 것이 소확행이라면 그건 분명한 행복이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출퇴근 시간에 또 다른 행복을 찾았습니다. 그건 바로 ‘길’이었습니다. 사무실과 집을 이어주는 길임에는 틀림없지만 두 개의 길은 확연하게 다른 무엇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큰 도로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가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은 길은 비록 넓지도 않고 시간도 조금 더 걸리긴 하지만 주변에 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강이 있는 그런 길입니다. 큰 길에서는 주변을 살펴보아도 늘 같은 풍경이 펼쳐져 나름대로 강의를 듣는 방법으로 행복을 찾았다면 이번에 찾은 작은 길은 강의를 듣지 않고 창문만 내리고 운전을 해도 충분히 행복한 변화되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길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었고, 뜨거운 태양에 몸을 맡긴 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비가 오면 파릇파릇 생기가 도는 꽃과 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를 생각하게 하고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니 굳이 다른 것을 찾을 필요가 없는 셈이지요. 비록 큰 길을 쌩쌩 달리는 것에 비해 시간은 조금 늦어질 지라도,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 대신 조금 일찍 나오면 되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가는 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꼈는가 하는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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