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피해자 위한 활동 이어갈 것”


올해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 발족
관련 지원 조례 제안, 제정·심의 중

 

 

“아버지께서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미스비시중공업 군수공장에 강제로 끌려가셨습니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떨어트린 뒤에야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집으로 돌아오셨죠. 아버지를 비롯해 원폭 피해자 1세대 분들은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그 고통을 이어받은 2세대, 3세대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요. 이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은 미쓰비스중공업원고단 단장,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서울지부장으로 왕성히 활동하며 원폭 피해 당사자는 물론, 2세대와 3세대까지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평택시 팽성읍 토박이

박상복(74) 회장의 집안은 오래전부터 평택시 팽성읍 노양리 지역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고 한다.

“아마도 저희 집안이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 살았을 겁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1800년대부터 이곳에서 살아왔다고 알고 있어요”

그는 어린 시절 젊은 나이에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어렸을 적엔 남들보다 허약한 아버지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정확한 이유를 몰랐으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원폭 피해자분들은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강제징용과 피폭 후유증으로 수년간 고생한 박상복 회장의 아버지는 동네에서는 으뜸갈 정도로 어업을 크게 했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한 박상복 회장은 전역 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이었지만, 평택호방조제로 인해 물길이 막히면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논농사를 지었습니다. 팽성읍 노양1리 마을이장을 지내며 도로포장과 도시가스·상하수도 공급 등 다양한 일을 추진하고, 교회 장로로도 오랜 기간 일했어요”

 

원폭 피해의 실상

그의 아버지는 생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폭 피해 이후 귀환 대책을 세우지 않은 데에 따른 배상이었다.

“아버지를 포함한 47명의 피해자가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해 1995년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원폭 피해를 당한 징용 대상자들의 귀환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것이었죠. 실제로 광복 이후 바다를 건너오다가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수가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상복 회장은 현재 원폭 피해와 관련해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3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02년 5명의 어르신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항소를 거듭한 뒤, 지난해 11월 29일에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2013년 7월에는 피해자 14명이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 지난 6월 27일 승소했죠. 이후 3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20여 명 정도가 신청해온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2200명이 넘는 원폭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소송 신청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대상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류로 함께 풀어가다

박상복 회장은 올해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를 발족하고 경기도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일본과 직접적인 교류 활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5월 30일에 평택시-에히메시민교류회와 함께 일본 마쓰야마시를 방문했습니다. 직접 가서 현지인들과 이야기해봤더니 그들은 강제징용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죠. 현지 단체인 ‘에히메교과서재판을지지하는모임’과 두 차례에 걸쳐 한일역사심포지엄을 개최했고, 그곳에서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로 고통 받았던 저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이뤄진 그의 증언은 NHK 등 일본 언론을 통해 생생하게 보도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던 일본인들에게 조금씩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8월에는 에히메교과서재판을지지하는모임이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이들과 다시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선인학교 지원을 약속하며 여러 시민단체와 ‘시코쿠조선초중급학교지원모임’을 발족하고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죠. 이러한 교류 활동이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 사실을 일본 현지에 알리는 데에도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복 회장은 3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이 이러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있다. 오는 9월 9일 경기도의회 의결을 앞둔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 관련 지원 조례안’을 제안한 것도 바로 박상복 회장이다. 그의 바람처럼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을 위한 지원 활동이 계속해서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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