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입니다. 인간의 본질이나 공동체에 있어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며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비록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철학은 이미 천대받는 학문으로 전락했고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철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손에 잡히는 것만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과거를 살피지도 않고, 현재를 읽어낼 힘도 잃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위험한 이유는 그럴수록 점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힘을 잃는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기 때문에 인성보다는 스펙이 중요해지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구분으로 인생이 결정되고 자본 이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됩니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기준이 되고 내 감정이 우선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인문학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인문학을 퇴출하는 분위기이니 공부를 하고자 해도 배울 곳이 없습니다.

인문학에 속하는 대표적인 학문으로는 ‘문학, 역사, 철학’을 꼽습니다. 그것은 이들 학문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기록이고, 문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기술이며, 철학은 그 사람이 추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입니다.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추구하는 의미까지가 포함되어야 비로소 인간의 본질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철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나 생명에 대한 윤리,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 사랑, 우정, 평화, 행복, 평등, 신(神) 등이 철학의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입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는 균형 잡힌 공동체를 이룰 수 없고 미래를 꿈꾸기도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점점 ‘진짜’ 같은 ‘가짜’가 넘쳐나고 어떨 때는 ‘가짜’가 더 ‘진짜’ 같을 때도 많습니다. ‘진짜’는 여간해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세심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역사가 증명해주는 것이며 현재를 직면하는 태도가 증명해주는 것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세계관이 증명해 줍니다. ‘진짜’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모두 합쳐져야 비로소 ‘진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점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정의를 부르짖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미래를 구상하는 것을 두루 살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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