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사신문 기획취재


 

 

⑥일본의 도시숲

 

‘민간 관리가 돋보이는 도시숲’ 일본
‘자연 그대로 보호한다’는
원칙을 세워 도시숲을 관리·운영

 

오사카 부민의숲, 자원봉사자들이 프로그램 기획·운영
교토 타다스숲, ‘동네마당’처럼 시민의 생활 속에 존재
오사카 난바파크스, 상주 가드너와 소통하는 옥상정원

 

평택시는 전국에서도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평택시는 이 같은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선 7기 들어 도시숲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평택시사신문>은 평택시가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숲 정책과 연계해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모색하고 국내외 선진사례에 대한 심층취재와 전문가 자문 등으로 바람직한 도시숲 조성 방안과 관리 방안에 대한 특별취재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번 취재결과를 신문지면에 연재함으로써 국가와 평택시의 미세먼지 대응과 평택시 도시숲 조성 등 새로운 대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오사카 부민의숲 호시다공원 정상에서 내려다본 오사카 시가지 전경

 

■ 오사카 부민의숲, 9개 공원 특화 운영
   오사카시를 둘러싸 도시의 허파 역할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는 과거 한반도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메이지 유신 이후 개항으로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오사카는 산지개발로 인해 산이 깎이고 황폐화돼 민·관이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져갔다. 당시 내놓은 플랜이 ‘녹화구상’으로 도시 녹지구역을 기존보다 3배 이상 늘리자는 것인데 이는 현재까지도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오사카부 외곽에 길게 조성된 ‘부민의숲府民の森’은 ‘자연공원법’에 의해 1978년 지정돼 관리하고 있다. 부민의숲은 오사카를 감싸고 있는 산맥을 따라 크게 4개의 권역으로 나뉘어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며, 능선을 따라 조성된 9개 공원이 저마다 특색을 갖춰 시민들이 목적에 따라 이용한다.

부민의숲은 오사카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가지정공원으로 시민 편의시설 이외의 건축물 신·증축을 할 수 없으며, ‘자연 그대로 보호한다’는 원칙을 세워 관리·운영하고 있다. 2018년 전체 방문자는 145만 명으로 내국인이 80%, 외국인이 20%로 집계됐다.

▲ 오사카 부민의숲을 여유롭게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한 목재데크

오사카 부민의숲 9개 공원 가운데 가장 이용자가 많은 공원은 호시다공원으로 이 공원에는 높이 50m, 길이 300m의 ‘별의 그네’라는 명칭의 출렁다리가 있다. 또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시설 옆에는 맹금류인 솔개가 서식하고 있어 사진작가들이 꾸준히 찾아오며, 오사카 시내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소풍과 현장학습, 성인들의 등산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 가량 호시다공원 클라이밍 시설을 이용한다는 후쿠모토 타카하루(79·남) 씨는 “클라이밍을 19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부민의숲에 클라이밍 시설이 갖춰진 21년 전부터는 매주 이곳을 찾고 있다”며, “연간 1만 2000엔 정도의 회비를 내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어 건강과 여가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오사카 부민의숲에서 생태학습을 하는 유치원생들

부민의숲의 또 다른 명소는 치하야공원으로 캠핑장과 바비큐장, 천문대가 있어 청소년과 가족단위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통나무로 건축한 숙박동 10여동과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베이스 15곳이 있으며, 바비큐장 이용도 편리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공원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캠핑장은 나무 그늘아래 위치해 한 여름에도 무더위를 피할 수 있으며, 한 시간 거리의 오사카 시가지를 조망하거나 야경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민의숲은 9개 공원을 각기 다르게 특성화해 이용자들이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쿠론도공원은 캠핑장과 바비큐장 ▲호시다공원은 현수교와 클라이밍장, 삼림철도 ▲무로이케공원은 숲공작실과 목공체험학습장, 전시실 ▲쿠사카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산림과 광장, 목련계곡 ▲누카타공원은 30여종 2500여주의 수국정원 ▲나루가와공원은 철쭉정원과 쉼터, 휴양림, 우리들의 광장 ▲미즈노미공원은 잔디전망광장 ▲치하야공원은 캠핑장과 바비큐장, 천문대 ▲호리고공원은 숙박시설과 연수동, 전시동, 취사동이 갖춰져 있다.

▲ 오사카 부민의숲 치하야공원의 목조펜션

오사카 부민의숲의 전체적인 관리·운영계획은 자연공원을 담당하는 오사카부 미도리(녹색)추진실 미도리기획과에서 총괄적으로 관장한다. 반면 도시숲은 오사카부 도시공원과에서 관장한다. 부민의숲의 실제적 관리는 100% 민간기업인 ‘재단법인 미도리공사綠色公社’에서 맡아서 진행한다. 오사카부가 5년마다 공개 입찰을 해 입찰에 응한 민간사업자들이 사업계획 프레젠테이션을 해 최종 위탁사업자를 선정한다.

오사카부는 한해 위탁사업자에게 2억 엔을 지급해 공원관리를 하도록 하며, 사업자는 캠핑장과 바비큐장 이용료, 주차료 등의 수입금을 추가로 공원 관리에 투입해야 한다. 공원관리는 정규직과 임시직을 포함해 모두 54명이 9개 공원에서 근무하는데 NPO 민간비영리단체의 활동도 활발히 진행된다. 2018년 큰 태풍이 왔을 때 많은 나무가 쓰러져 큰 피해를 봤는데 당시 복구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매우 컸다.

부민의숲 운영에 있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각종 이벤트 진행은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해 진행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숲과 연계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미도리공사는 자원봉사자 단체와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해 사업을 결정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부민의숲은 시민 중심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 12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교토 타다스숲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이 일품이다

■ 교토 타다스숲, 1200여 년 전부터 형성
   신사재단 관리, 기업·민간 후원으로 운영

일본 혼슈 중서부에 위치한 교토京都는 산업도시 오사카에서 북동쪽으로 47㎞ 떨어져있다. 794년부터 1868년까지 1000년 이상 황궁이 있던 일본의 수도였으며, 일본 제2공업지대의 중심도시이면서 국제적 문화·관광 도시이다.

취재진이 찾은 교토 ‘타다스노모리糺の森’는 시모가모신사를 둘러싼 11만 9000여㎡(3만 6000여평)의 도시숲으로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시모가모신사는 교토에 위치한 2000여 개 신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신사로 타다스숲은 1200여 년 전 교토가 일본의 수도가 되기 이전부터 형성된 숲이다.

1868년 메이지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타다스숲은 인근 주택가까지 포함돼 현재 보다 규모가 40배 이상 큰 495만㎡(149만 7000여평) 규모였지만 국가에서 관리하다보니 개발 수요에 맞춰 급격한 도시개발이 이뤄져 숲이 대폭 축소됐다.

이후 신사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가 관리가 어려워지자 타다스숲을 비롯한 신사에 딸린 숲의 토지 소유를 신사神社재단으로 이관해 현재는 숲 관리를 신사에서 맡아서 한다. 단, 정부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숲 관리에 도움을 준다. 숲 자체를 신의 숲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를 보존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교토 대부분의 숲은 신사 소유의 숲이다.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타다스숲은 참나무목에 속하는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가 수목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500~600여년을 넘어서 신사를 들어서는 입구부터 신사 경내까지 햇빛을 보기 힘들 정도로 수목들이 울창하게 우거져있다. 한해 내방객은 300만 명 가량으로 내방객의 50%가 외국인인 관광명소다.

▲ 교토 타다스숲의 울창한 느티나무 길

신사 직원은 30~40명 내외로 이 가운데 숲 관리에는 5~6명이 근무하며, 청소 인력 10여명과 나무를 체계적으로 가꾸는 정원사는 아웃소싱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무심기와 태풍 피해복구와 같은 긴급을 요할 경우는 신도와 노인회, 청년회 등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또 수목 식재와 숲 관리계획 수립을 체계화하기 위해 매년 1~2회 교토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타다스모노리정비위원회’ 열어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정부 예산 지원 없이 타다스숲을 관리·유지하기 위해 신사에서는 ‘타다스숲재단’을 만들어 기부금을 모아 숲 관리에 충당하고 있다. 한해 5000~6000만 엔이 소요되는 예산 확보를 위해 타다스숲재단은 주민들의 기부와 대기업, 향토기업의 기부를 장려하고 있다. 사찰에서 운영하는 숲은 입장료가 있지만 신사숲은 입장료 없기 때문에 자구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일본 유수의 자동차기업 도요타와 은행 미쯔이스미도모 등이 대표적으로 타다스숲 관리를 위해 기부하고 있으며, 쿄토 향토기업 교세라와 와코루, 오무론 등도 숲 가꾸기에 동참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연간 1만 3000여명 정도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마을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타다스숲재단은 기부금 모금활동 외에도 신사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숲 운영비를 충당한다. 연간 수십 회 축제(마쓰리)를 개최하고, 결혼식도 800여회 진행해 대관비 등의 수입금을 숲 관리에 재투자한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타다스숲을 ‘동네마당’으로 인식할 정도로 숲은 항상 생활 속에 존재한다. 타다스숲에서 진행되는 마쓰리는 천황이 참석할 정도로 유명세를 띠고 있다.

 

■ 오사카 난바파크스, 일본 최대 옥상정원
    2~10층 언덕 조경, 수목 7만 그루 식재

일본의 도시숲 가운데 건축물 옥상조경과 벽면조경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오사카 난카이센 난바역難波驛 남쪽에 위치한 ‘Namba Parks 난바파크스’다. 쇼핑센터로 건축한 난바파크스는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연체험형 옥상정원으로 삭막하리만큼 빌딩으로 뒤덮인 도심 속에 탁 트인 인공숲을 조성해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한다.

▲ 오사카 도심의 난바파크스는 일본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7만 그루의 수목이 식재돼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 받고 있다.

난바파크스는 미국 랜드스케이프 전문건축가 존 저드의 작품으로 거대한 협곡을 본 딴 웅장한 외형이 가장 큰 특징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탄생한 미래도시 오사카’라는 구호를 내걸고 설계돼 저밀도 건축임에도 오사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지상 10층 규모로 건축한 난바파크스에는 다양한 쇼핑 매장과 장난감, 오락실, 음식점, 화원, 영화관 등이 들어선 종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로 2층부터 10층까지가 언덕처럼 동선이 이어진 옥상정원으로 설계됐으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가든’을 주제로 조성됐다.

▲ 오사카 난바파크스 9층에 조성된 꽃의 정원

특히 9층과 10층은 난바파크스의 자랑인 옥상정원 ‘파크스가든’이 있으며, 2층부터 10층까지 1만 1500㎡(3480여평)의 넓은 공간을 녹지와 광장, 통로 등으로 꾸몄다.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숲을 건물로 끌어들여왔다는 것이 파크스가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곳에 식재한 나무는 500여종, 7만 그루에 달한다.

파크스가든은 나무와 꽃을 심어 이용자들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속 가드너가 상주해 식물의 체계적 관리는 물론 식물이나 원예에 대한 방문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며, 가든 가이드투어와 가든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도심 속에서 사람과 숲이 친근해 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민간기구인 ‘공익재단법인 도시녹화기구’가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등 전국 주요 도시의 도시숲과 옥상정원, 도시텃밭, 도시정원, 기업녹지 등을 인증하고, ‘Garden Map 가든맵’으로 제작·보급해 도시숲 확산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 오사카 도심의 난바파크스는 일본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7만 그루의 수목이 식재돼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 받고 있다.

 

■ 기획취재단(국내 도시숲 취재팀)

글·사진 /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사장
조 사 / 허 훈 평택시사신문 취재기자
사 진 / 이득천 프리랜서 사진작가
자 문 / 이상길 평택그린트러스트 추진위원

디자인 / 김은정 디자인팀장
캘리그래피 / 정아름 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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