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한편으로는 통일이 된 이후 남한주민과 북한주민들이 과연 화합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한 민족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체제에서 단절되어 살아오는 동안 사람들의 사고나 생활방식도 현저하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온지 십여 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주위의 편견에 시달리면서 자신감을 잃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기초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같은 핏줄을 나눠가진 동포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돈을 쏟아 붓거나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회복하는 것, 서로의 삶을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길 뿐입니다.

‘엄마’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남북이 따로 없듯이, ‘사랑’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남북이 따로 없듯이, 아픔과 고통과 고독과 좌절에 남북이 따로 없듯이 이러한 감정과 삶의 기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이 땅의 존재하는 자들의 숙명입니다.

올해 경기남부하나센터에서는 남북 주민이 화합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남북 주민이 한 자리에 모여 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내면의 감정들을 사진과 시로 표현해보고 그것을 통해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의를 맡게 된 후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했었지만 그 걱정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하나의 주제가 주어지면 서너 편씩 시를 써서 보내주시곤 했는데 때론 일을 마친 새벽에 보낼 때도 있었고 시를 쓰면서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한 밤중에 문자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은 그렇게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가슴 속 응어리들을 시로 풀어놓았습니다. 같은 북한이탈주민이어도 서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외면했다던 한 북한이탈주민은 시를 읽은 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남한주민은 북한이탈주민이 쓴 시를 읽으며 그들에게도 남한주민과 똑같이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고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그분들이 우리와 다르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고 남한주민처럼 아픔과 눈물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것은 작지만 우리가 꿈꾸던 진정한 통일의 모습이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상대방의 아픔에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것, 그것은 돈이나 제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들 직장이 있어 수업도 일요일 오후에 해야 했지만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시 쓰기에 열정을 보이는 분들을 보며 시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는 사람으로서의 보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컸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에 공감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힘을 확인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경기남부하나센터에서 시도한 ‘폰시학교’는 비록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낸 통일이었지만 이것이 더욱 확대되어 더 큰 통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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