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교육평준화, 미래 교육에 대한
평택시민의 답은?

평택 고교평준화, 지역 간 균형 발전 실마리
서부 일반고교 수용률 절반, 1개교 설립해야
12월 2일, 평택 고교평준화 의견조사 마무리


지난 1995년 3개 시·군이 통합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평택시는 인구 50만 대도시 반열에 오른 지금까지도 서부·남부·북부지역 간 교육·문화·경제적 격차를 보여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균등 발전 방안이 지속해서 지역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고교평준화’가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1월 6일과 13일 이틀간 평택에서 3개 권역별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고 18일부터 본격적으로 학부모 의견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학부모 의견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50%를 넘으면 타당성 조사와 여론조사 등 평택시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단계적 절차가 진행된다. <평택시사신문>은 고교평준화 제도 전반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시민의 이해를 돕고 지역 교육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고교평준화란 무엇인가?

고교평준화는 한마디로 ‘일반고등학교 신입생을 교육감이 직접 학군별로 선발해 학교를 추첨·배정하는 제도’다. 해당 지역에서 특정수의 일반계 고등학교 입학생을 뽑을 경우, 일정한 방식의 추첨을 통해 그 수만큼의 학생을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에 나누어 배정한다는 점에서 시험을 치러 각 학교가 성적에 따라 직접 선발하는 고교선발제와는 다르다.

고교평준화는 지난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1969년 중학교 무시험제가 도입됨에 따라 중학교 진학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연쇄적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증가해 과도한 고입 경쟁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자 당시 문교부가 고등학교 추첨배정제도를 시행한 것이 고교평준화의 시초가 됐다.

고교평준화 지역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나 중학교처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거주지 중심의 학군 배정을 하지 않는다. 학생의 희망과 선택에 따라 고등학교에 지원하면 학교 유형별로 다양하게 입학전형 실시권자가 입학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학교장이 입학전형을 시행하는 비평준화 지역과 달리, 평준화 지역은 교육감이 입학전형을 시행한다. 평택의 경우 고교평준화가 시행된다면 경기도교육감이 입학전형을 시행하게 된다. 교육감은 학군 내 일반계 고등학교와 자율형 공립고등학교 등 후기학교 정원만큼 학생을 선발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일정한 배정 방법에 따라 학교별 정원만큼 학생을 배정한다. 단, 배정 시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고교평준화 지역 학생 배정방법 관련 법령으로는 ‘초중등 교육법’이 있다.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제84조에는 후기학교의 신입생 선발과 배정방법이 표기돼 있다. 여기서 뜻하는 후기학교는 일반고등학교와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외국어고등학교와 국제고등학교, 자율형 사립고도 후기학교로 분류된다. 전기학교로는 과학고등학교와 예술고등학교, 체육고등학교, 마이스터고등학교 등 특수목적고등학교와 특성화고등학교, 일반고등학교 특성화학과가 있다.

고교평준화 제도는 학생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학군’과 ‘구역’으로 일정 지역을 구분한다. 학군은 구역보다 더 큰 형태로, 지방자치단체 단위를 어느 정도 크기로 묶어 평준화 지역을 설정하는 최소 단위이자 학생 모집 단위다. 대부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범주가 하나의 학군이 된다. 구역은 학군의 범위가 너무 커 통학 거리나 수용 여건을 고려해 나눈 작은 단위로 근거리 배정 요소를 고려한 학군 내 지역 구분 단위다. 예를 들면 수원의 경우 하나의 학군이 수원북부구역과 수원남부구역으로 나뉜다. 물론, 부천과 같이 단일 구역으로 구성된 학군도 있다.

고교평준화 지역 학생 배정방법은 쉽게 말해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이 원서 접수 시 작성한 지망 정보를 컴퓨터로 추첨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중학교 졸업예정자인 경우, 주소지 기준이 아니라, 재학하고 있는 중학교를 기준으로 구역을 설정한다. 앞서 말했듯 추첨 과정에서 성적은 반영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교평준화 지역 학생은 1단계 학군 내 배정을 위해 해당 학군의 전체 고등학교 중 5개교를 선택해 희망하는 순서대로 기재한다. 2단계 구역 내 배정을 위해서는 해당 구역의 전체 고등학교를 희망하는 순서대로 기재한다. 여기서 1단계 학군 내 배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2단계 구역 내 배정을 받게 된다. 1개 학군 내 여러 구역이 있으면 1단계 배정 비율이 낮다. 4개 구역이 존재하는 안양권 학군의 1단계 배정비율은 40%다. 단일 구역으로 이뤄진 부천·광명·의정부는 1단계 학군 내 배정비율이 100%다.

여기서 1지망 배정 비율 즉,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80%를 상회한다. 전국을 기준으로 2017학년도 85.68%, 2018학년도 84.43%, 2019학년도 82.76%를 기록했다. 반대로 끝지망 배정 비율 즉, 본인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학교에 진학할 비율은 평균 1% 미만이다.

■ 고교평준화 ‘명明’과 ‘암暗’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쟁은 그간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신차균 국민대학교 명예교수의 논문 ‘고교 평준화 정책 논쟁에 관한 철학적 분석’에 따르면 고교평준화에 대한 찬반 논리는 ▲가치관 ▲사회갈등 ▲중학교 교육 등 여러 관점으로 나뉜다.

고교평준화의 장점은 기본 가치관적 측면에서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함으로써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통합과 평등적 가치관을 통해 서민층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명문고로 불리는 일반계 고등학교가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고 학교 간 교육 격차가 큰 평택의 경우 지역 간 균등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갈등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학교 간 교육격차 완화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 ▲고교 입시 준비 부담과 사교육 경감 ▲성적에 의한 차별 완화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 ▲명문고 출신 중심의 특권 의식 ▲학연 등 연고 중심주의와 고교 학벌 타파 등이 있다. 중학교교육 측면에서는 ▲입시 위주의 비정상적 교육과정 운영 방지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 ▲성적이 낮은 학생도 지역 내 고교 진학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단점도 존재한다. 가치관적인 측면에서는 능력에 따른 교육 기회의 균등과 학생들의 학교선택권·학습권 신장 등이 있다. 특히, 학교 배정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집과 먼 거리의 학교 또는 선호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받는 등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심각한 단점으로 꼽힌다.

사회갈등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지역 특성과 교육 문화적 풍토 반영 취약 ▲명문고 동문의 애교심과 지역 사회발전 동력 저해 ▲지역 내 우수 학생의 타 지역 유출 현상 등이 있다. 중학교교육 측면에서는 ▲학업성취도 하락 ▲효율적 학습지도 곤란 ▲중학생의 학습동기 저하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 고교평준화 타 지자체 사례

지난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고교평준화 제도는 이듬해 대구·인천·광주, 1979년 대전·전주·청주·수원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착했다. 현재는 전국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의 70% 이상이 고교평준화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수원·성남·안양·과천·의왕·군포·고양·안산·용인·부천·광명·의정부 등 12개 도시에서 고교평준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 도입한 도시는 용인으로, 지난 2015년 고교평준화를 도입해 3개 구역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인구 50만을 달성한 대도시 10곳 중 비평준화 지역은 평택을 비롯해 화성과 남양주 3곳이다. 평택과 화성은 현재 고교평준화 도입을 추진 중이다. 물론, 고교평준화 제도 도입에 인구수는 꼭 중요하지 않다. 김포의 경우 올해 4월 김포고교평준화추진단과 이기형 경기도의회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에 ‘김포시 고교평준화’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고교평준화 도입의 불씨를 댕겼다. 시흥시 역시 올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 돌입했다.

평택시가 참고할만한 케이스는 용인시다. 용인학군의 경우 기흥구와 수지구, 처인구 등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남부, 북부, 서부권역의 구분이 명확한 평택시가 참고할만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용인의 일반계 고등학교 수가 2018년 기준 27개교라는 점에서 16개교인 평택과는 양적 차이가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 수가 적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부와 동부 구역으로 나뉜 안산의 일반계 고등학교 수는 평택과 같은 16개교다. 단일구역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정부와 광명은 각각 12개교와 9개교로, 평택보다도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고교평준화 도입 절차만 3~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적어도 3년에서 4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고교평준화는 교육감 권한 사업으로, 청원서가 제출돼야 해당 교육청이 도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고교평준화 도입 단계는 ▲고교평준화 설명회 개최 ▲의견조사 ▲타당성 조사와 검토 ▲고교평준화 여건 개선 추진 ▲여론조사 ▲조례 개정 ▲학교군 설정·고시 ▲고입 전형 기본계획 공고 ▲배정 방법 확정·공고·홍보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의견조사는 해당 지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학부모와 초·중·고교 교원, 평택시의회 의원, 경기도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고교평준화 관련 이해 자료를 포함한 온라인 설문지를 배부해 진행한다. 의견조사 결과 50% 이상이 찬성해야 타당성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타당성조사는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진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 통학에 불편이 없는지, 중학교 졸업생 수와 고등학교 입학 정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지 파악하고, 학교군 설정과 학생 배정방법,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 계획, 비선호 학교 해소 계획,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 계획 등을 수립한다.

타당성조사가 완료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해당 지역의 중학교 1, 2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며, 응답표본 수가 1000명 이상 되도록 시행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또한 과반수 찬성률이 나오면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이후에는 단계별 절차만이 남아있을 뿐 고교평준화 시행이 가시화된다.

■ 평택의 고교평준화

평택지역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지난 2015년 4월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가 공식 출범을 알리며 그 싹을 틔웠다.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매년 권역별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역포럼과 교육문화행사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으로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공재광 당시 평택시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평택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해 1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경기도교육청에 ‘평택고교평준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평택지역 고교평준화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11월 6일 안중읍 평택시서부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평택시 고교평준화 정책 설명회’에서 강단에 오른 한보석 청북중학교장은 “평택교육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고교비평준화”라며,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아이들이 고교 진학을 위해 내신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정작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보석 교장은 고교평준화가 도입될 경우 장점으로 ▲학교 간 차별과 열등감 해소 ▲지역 간 균형 발전 ▲대학 진학에 유리 ▲과열된 고교 입시 해소 ▲사교육비 절감 ▲성적에 따른 원거리 통학 고통 해결 ▲학생 각자의 능력 개발 등을 꼽았다. 또한 고교평준화를 하면 흔히 우려하는 성적 하향평준화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평준화지역의 경우 98%에 이르는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평택지역에서는 고교평준화 반대 요인으로 성적 하향평준화가 가장 많이 우려되곤 했다. 지난 2017년 11월 ‘평택지역신문협의회’가 평택시 거주 19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보면 고교평준화 반대 이유 중 성적 하향평준화가 33.6%를 차지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 의견이 58.7%로, 반대의견 27.1%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평준화 찬성 이유로는 위화감과 차별의식 해소가 3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평택지역의 경우 남부·북부·서부 지역 간 교육 인프라의 격차가 큰 편이다. 고교평준화 과정에서도 이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8학년도 서부지역 중학교 졸업생은 모두 1249명이지만, 일반계 고등학교 입학 정원은 634명에 불과해 일반계고교 수용률이 50.76%에 머물렀다. 평택에 고교평준화가 도입될 경우 지역별로 3개 구역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서부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수용률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보석 청북중학교장도 평택지역 고교평준화 학생 배정방안으로, 서부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1개교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교육 인프라로 고통 받는 것은 바로 학생이다. 고교평준화 도입 과정에서 서부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추가 설립이 필수적인 이유다. 상대적으로 학생 수용률이 떨어지는 북부지역 학교를 서부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포승지역의 경우 2개 중학교가 있지만, 고등학교는 없어 과거 지역주민들이 경기도교육청에 기부한 토지를 근거로 최근 포승읍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고교평준화 도입은 고등학교 신설을 위한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평택시 차원에서도 대중교통망 확충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일반계 고등학교 수가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경우 열악한 교통으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서부지역에서 남부지역 또는 북부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경우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평택 고교평준화는 오는 12월 2일 마무리 되는 의견조사 결과에 따라 첫 번째 관문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고교평준화 도입 과정이 단순히 고교평준화 도입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평택 교육의 미래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되짚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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