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여중 1학년 학생들이 쓴 詩로 시집 엮어
국어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감성 끌어내
암기하고 분석하는 시가 아닌 ‘진짜 시’ 배워

 

 

“필통 속에 여러 색의/ 펜들이 있듯이// 내 속에도 여러 개의/ 감정들이 있다// 필통 속에 원하는 펜을/ 골라 쓰듯이// 내 속에 있는 감정들도/ 골라 쓰면 좋으련만// 불쑥불쑥 나오는/ 내 감정들도/ 골라 써 보고 싶다” - 강연진의 시 ‘펜’ 전문

감수성 넘치는 중학교 1학년 사춘기 소녀들이 함께 펴낸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소녀들의 나이에 맞게 시집 제목도 <열네 살>이다. 생에 처음으로 첫 번째 시집을 손에 든 어린 시인들은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각각 “시는 친구” “시는 사탕” “시는 언어에 녹인 생각”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평택 한광여자중학교 1학년 1반부터 11반까지 전체 학생들이 쓴 이 시집 <열네 살>에는 평소 수업시간에 공부로 기억하고 외워야 했던 딱딱한 시가 아닌 열네 살 소녀들의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감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시들이 보석처럼 담겨 있다. 시집을 읽다보면 열네 살의 순수함과 청량함,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의 비밀을 엿보는 행운도 가질 수도 있다.

이상희 한광여자중학교 교감은 이 시집에 대해 “열네 살의 눈으로 보던 세상과 현재 우리의 경직된 눈으로 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시집을 통해 알게 된다”며, “항상 문학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국어선생님들끼리 시 쓰기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그동안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반가웠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시집에는 청소년들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친구를 떠올리며 “나는 우리가/ 실과 바늘 같은/ 사이가 되었으면 해”(최소연, ‘나의 실’)라는 대목에서는 그 나이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혹은 열 네 살의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에 낭떠러지를 보더라도/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하는 것”(이지민, ‘내가 바라는 것’) 이라고 말하는 시에서는 자못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1학년 1반 최소연 학생은 “이번 시집이 나왔을 때 부모님이 무척 기뻐하셨다. 찰나의 감정은 기억하기 어려운데 그때마다 느낀 감정들을 시로 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학년 3반 이지민 학생은 “친구들의 일상을 시에서 만날 수 있어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조금 다르게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우리들의 시가 시집으로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1학년 6반 강연진 학생은 “시는 시인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를 써보니 시는 감정을 꺼내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쓰면서 적합한 단어도 찾아보게 되고 내 감정이 무엇인지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시 쓰기를 가르친 박선자 부장교사는 “학생들에게 2년째 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론과 감정표현을 하는 시 쓰기와 모방 시 쓰기를 하고 있는데 시에 대한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점점 시에 관심을 갖게 되어 반가웠다”며, “성과가 있어 올해는 도서관에 시집을 더 많이 비치해두었다. 시를 가르치고 난 후 아이들의 감정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안세름 국어교사는 “어쩌면 조금은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시 속에는 상투적이지 않은 깨끗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어떤 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선생님을 웃음 짓게도 만든다”며, “예전에는 이론 위주의 시를 가르쳤다면 지금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것이 시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가르친 것보다 더 좋은 작품을 써낸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시집을 기획한 김대환 국어교사는 “4년 전부터 시를 가르치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지금의 생각, 지금의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면서 시를 좀 더 친근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번에 시집을 펴낼 수 있게 됐다”며,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열네 살 인생에도 기쁨, 슬픔, 괴로움, 갈등이 있다. 때로는 힘들고 위태롭게 보이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시 한편으로나마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전혜심 한광여자중학교 교장은 “마냥 밝고 어린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이 시를 쓴다고 했을 때 구김 없는 모습 안에 여러 새로운 면을 찾게 되었고 나름대로 속이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아이들의 시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도 언젠가는 각자의 계절에 맞게 멋진 꽃을 피우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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