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또 다른 의미

북에서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낳은 소중한 나의 아들… 힘든 중국생활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준 것은 그 아이였다.
중국에서 태어난 아들은 내가 한국에 정착한 후 1년 만에 이곳에 왔다. 중국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열두 살이 되었어도 한글 실력이 부족했고 그런 아들로 인해 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제대로 공부나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은 공부방 선생님을 만났고 아들은 반년 만에 한글을 깨우칠 수 있었다.
이곳 아이들과 똑같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던 엄마 욕심에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곳저곳에서 부족한 공부를 했고, 그렇게 쌓은 실력 덕분에 지난해 9월 일반 초등학교 4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얼마 전 아들 학교에서 진행된 공개 수업 날의 일이다. ‘배려’라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는데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너무나 재미있어 아이들도 수업에 열심히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테스트하는 때였다. 선생님은 눈을 감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사랑하는 친구는 앞으로 나오고, 그렇지 않은 친구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세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앞 다투어 앞으로 나왔고, 아들만 혼자 뒤로 물러섰다. 순간 당황한 나는 창피한 마음까지 들었다.
수업이 끝난 이후 아들에게 자초지정을 물어보니 아들이 생각했던 ‘사랑’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라 뒤로 물러났다는 것이었다. 나름 열심히 익힌 한글이었지만 그 미세한 느낌까지 알기에는 아직 부족했던 것이다.
엄마인 나도 정착하는 과정이 힘든데 모든 환경들이 바뀐 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드니 아들이 측은했다.
그래도 열심히 배우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손을 번쩍 들고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의 모범이 되었다고 표창까지 받았다. 겨우 한 달 정도 학교생활을 했는데 그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공부하고, 학교에 가고 오후에는 공부방에서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우리 아들. 이런 일상을 겪어 내야 하는 아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욱 더 건강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으니 힘들어도 참아야 해”라고 말이다.
아들! 꼭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어 주렴! 사랑한다!

 

이 글은 북한이탈주민이 평택지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거나 느낀 점을 본지에 보내온 것입니다. 경기남부하나센터(656-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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