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미니멀리즘’입니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미술 분야에 등장한 예술사조인데 꾸밈과 표현을 제거하고 예술형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만을 사용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단순한 형태와 선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미니멀리즘은 음악 분야에서도 변주를 없애거나 세련된 편곡 등을 없애는 등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사조가 이제는 우리네 생활양식에까지 스며들었습니다.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없애고 최소한의 가구와 집기들만을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집안에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파와 테이블을 없애고, 식탁이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도 없애서 거실에서는 축구를 해도 될 만큼 텅 비어 있기도 합니다.

미니멀리즘, 즉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을 실천하는 분들을 보며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불편을 감내해야겠구나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을 없앤다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생각하는 힘을 어쩌면 다시 가동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을 욕심껏 끌어안고 살아가는지 알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집 안 대청소를 하다 보면 불필요한 물건들은 왜 그리 많은지 때로는 아까워서, 때로는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때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비싸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집안 곳곳에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들이 없어도 사는데 큰 불편도 없는데 막상 정리를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다시 불필요한 물건들이 집안에 쌓이곤 하니까요.

매일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 관계에서도 미니멀리즘은 필요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인연으로 엮이다 보면 그 인연으로 인해 복잡한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고, 그래서 SNS를 보면 이따금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친구들을 정리했다는 사람들도 보게 됩니다. 무분별한 많은 관계맺음이 삶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겠지요.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미니멀리즘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나 행동을 그대로 믿지 않고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상대방의 숨겨진 생각이나 이면을 읽지 못하면 자신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람을 대할 때 의심부터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외로움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지요.

삶에서의 미니멀리즘을 실현하려면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외에도 모든 면에서 집착을 벗어나 조금씩 단순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에서는 조금 불편해도 참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조금 손해를 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고, 비록 수는 많지 않더라도 정말로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과의 마음을 나누는 교류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이끌어주는 진정한 미니멀리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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