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험들이 나를 새 박사로 만들었죠”

사랑앵무,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새
새 구입이나 사육에 대한 전문가 상담도 가능

 
는 연약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선뜻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새를 좋아해서 키우는 사람들의 경우 새와의 깊은 교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도 새를 키우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새 사육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중학교 때 ‘금계’ 보고 반해
“중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금계를 보고 너무 고운 색깔에 반했습니다. 그때부터 새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실제 새를 키우게 된 건 결혼 후였습니다. 금계 5마리를 사서 키우게 되었는데 금계에 대한 지식은 없었어도 원래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라 때까치나 매 등을 키워보았기 때문에 새의 습성 등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거든요”
호빈조류 이태용(53) 대표는 농업경영인으로 줄곧 농사만 지어왔으나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새 사육으로 전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한층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새 사육은 판로는 물론이고 가격도 괜찮아 농장을 경영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새를 기르는 것은 번식사육과 취미사육에 따라 사육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키우려고 하는가에 따라 권해주는 새도 다르지요. 새 소리가 좋아 듣고 싶은 건지, 아니면 새의 색깔이 좋아 관상용으로 기르고 싶은지에 따라 그에 맞는 새를 권해줄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는 잉꼬라 불리는 사랑앵무가 제일 선호하는 새 중 하나입니다”
이태용 대표는 새를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왜 새를 기르려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세심한 사육방법과 관찰,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험으로 일궈낸 ‘호빈조류’
“새는 몸집이 작고 날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모이를 줘도 스스로 조금씩 밖에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일 거르지 않고 먹이를 줘야 하지요. 새들은 하루를 굶으면 죽을 수도 있고 한 끼를 거른다 해도 거른 것에 대한 영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조금씩 자주 주면서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데 기르는 사람도 그런 습성을 이해해야 잘 키울 수 있지요”
원래 판교가 고향인 그는 1980년 초에 농사짓기 좋은 팽성읍 도두리로 이사해 그곳에서 결혼도 했다. 그러다 시의 보조금을 받아 새를 키우기 시작했고 1989년경에는 농업대학에서 관상조류에 관한 교육을 받기도 하며 점차 새에 대한 경험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해 전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해 살던 곳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현재는 오성면에서 새롭게 터를 잡아 ‘호빈조류’ 새 농장을 일궈가고 있다.
“저는 새에 대한 전공을 한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몸으로 익힌 경험이 있으니 누구든 문제가 있어 전화를 했을 경우엔 증상만 들어봐도 새의 어디가 안 좋은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새는 일단 병에 걸리면 치료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때그때 살펴야 하지요. 외국인들은 새장에 한 마리의 새만 넣어 기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꼭 쌍으로 넣어 기르려고 한다는 것도 새 농장을 오래 해보며 느끼게 되는 특이한 점입니다”
이태용 대표는 새를 키우다 보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새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부부금슬을 뜻하는 원앙의 경우 실제로는 1부 다처제라는 걸 목격하기도 한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이론과 실제가 다를 때 경험으로 다져진 전문가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기도 한다고.

새와의 교감이 가장 중요해
“새 사육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아주 좋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새를 잘 돌보고 새가 알을 낳아 부화하는 과정을 본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특히 생명을 돌본다는 것만으로도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저절로 몸에 익히게 되지요. 누구나 처음에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라 애를 먹기도 하지만 서로 교감을 갖다 보면 키우는 법은 저절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태용 대표는 취미로 새를 기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문적으로 새를 키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태용 대표의 경우 오래 새와 지내다보니 지금은 새들이 자신을 반긴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고.
“새에 대해 둘째 아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도와 농장 일을 거들기도 하지요. 새 농장은 돈을 보고 시작하면 힘들고 끈기와 애정을 갖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가녀린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다 보니 기술이 제로가 됐다고 생각할 때 잘 버텨낼 수 있어야 정말로 새 사육에 대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법이지요. 현재 가장 힘든 것은 새의 종자를 확보하는 일인데 개인이 나서서 해야 하기 때문에 우량종자를 확보하거나 많은 종자를 확보하는 것은 역부족일 때가 많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새를 키운다고 하면 직업이기 보다는 취미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 90여 종의 새들이 있는 호빈조류는 다양한 새들이 있는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이나 새에 대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농장으로 평택은 물론 전국에서도 명성을 키워가고 있다.
아이들 인성교육에 좋은 새 사육, 다가오는 봄날에는 아침에 집안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날 수 있는 운치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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