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현재에서 미래 설계하는 것”

말썽피우는 아이들 마음 엿본 뒤 점점 예뻐 보여
아이들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바뀌지 않아

 
‘심리 상담’이라는 말은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다. 그만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점점 많아진다는 뜻일 것이다.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지나온 일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해보는 일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라는 출발점에서 더 탄탄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미술치료로 아이들 이해하게 돼
“미술은 오래전에 취미로 배우게 되었어요. 나이 들어도 스스로 몰입해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인들이 제가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고 미술을 가르쳐 달라며 아이들을 저희 집에 보내기 시작했고 거절할 수가 없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만 가르쳤는데 이후 미술심리치료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부터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까지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경균(57) 씨는 아이들 교육에 심리 치료를 접목한 뒤로 점점 아이들이 예뻐 보인다고 말한다. 말썽만 피우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아이들이 왜 그랬는지를 알게 된 뒤로 안타까운 마음이 커진 탓이다. 
“예전처럼 대가족인 경우에는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다른 가족들에게 대신 사랑받을 수 있는 경우도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유일하게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하면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그 사랑을 대체해서 받을만한 곳이 없어져버리는 거예요. 그러니 그 결핍을 다른 곳으로 풀게 되고 결국 청소년문제가 많아질 수밖에요”
임경균 씨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심리기제를 파악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현재 상태가 무엇에서 기인했는지 알려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이후의 변화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위에서도 함께 도와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입장바꾸기’ 어려서부터 교육해야
“나와 상대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교육되어야 합니다. 콩나물시루에 콩을 넣고 물을 주면 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며칠 지나면 콩나물이 자라 있듯이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효과가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그 교육대로 자라고 있는 거니까요”
심리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경우 자신들의 상태를 인지하게 되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임경균 씨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부모들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의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변하지 않는 것 역시 부모들이라는 사실이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사랑받고 믿어준다는 마음이 있으면 잘못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방법만 알려주고 스스로 경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어야 하죠.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조금 느린 아이도 있는데 부모들은 그걸 못 참는 거예요. 사실 부모가 불같이 화를 낼 때는 아이의 모습에서 자신에게 발견되는 단점들을 발견할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임경균 씨는 자신도 역시 정체되지 않기 위해 도립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독서토론에 참가해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서토론 모임에서는 읽는 책들도 다양해 역사, 철학, 정치, 문학 등 다양한 방면을 살핌으로써 생각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치는 것도 막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과거 얽매이면 앞으로 갈 수 없어
“제가 배운 미술심리치료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각 학교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나 성폭력 피해 아이들에게도 미술심리치료를 해주고 있지요. 전 그들과 상담할 때 어제는 이미 지나간 것이니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라고 말해요. 과거만 생각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고 미래에도 즐겁게 살수 없다고 말예요”
늘 밝게 웃는 임경균 씨에게도 삶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신혼 초에는 시누이와 함께 살았고 병든 시어른 대소변을 오래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그때도 어려서부터 교육받아 온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였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형사조정위원회 위원, 여성지도자연합회 등  지역 곳곳에서 미술심리치료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임경균 씨는 처음 시작할 때 그랬듯이 향후에도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믿어주며 보듬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모서리가 툭 튀어나와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면 그 모난 부분을 감싸줘서 조금 덜 다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리고 모난 부분은 무엇에서부터 연유했는지 그것과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화가이자 미술심리치료사인 임경균 씨,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마음이 아픈 대상이 그녀와의 상담을 통해 진심이 맞닿아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 당당하게 미래로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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