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재단, 종교적 색채 이유로 작품 전시 거부
사진협회, ‘바깥전’ 전시 앞두고 작품 검열에 분노
1인 시위 진행, 공식 사과·재발 방지 약속 받아내


 

 

 

새로움에 대한 발견과 창조를 기반으로 해야 할 예술 작품을 사전 검열하고, 종교적 색채가 있다는 이유로 전시를 거부한 평택시국제교류재단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8월 21일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지부에 따르면 전국 규모의 예술행사를 위해 작품 전시 장소를 대관해준 평택시국제교류재단이 전시할 작품을 사전 검열하고, 작가의 작품을 종교적인 것으로 규정해 게시를 거부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을 펼쳐 예술인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전 평택예총 회장이자 이번 2020 평택신형상 전국참여작가전 ‘바깥사진전’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수연 사진작가는 지난 8월 21일 평택시청 서문 앞에서 1인 시위를 감행하며, 평택시국제교류센터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규탄하고 이에 대한 평택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지부는 오는 9월 5일부터 9월 27일까지 평택시 신장동 송탄국제교류센터 일대에서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오픈전시 ‘바깥전’을 개최하기로 하고 전국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 1500여점을 접수했다.

이수연 바깥전 조직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작품 전시를 앞두고 전시 장소를 대관한 송탄국제교류센터를 찾았다가 담당자로부터 “윗선의 승낙을 받아야 하니 전시할 사진을 모두 보내 달라”거나 제출한 한 작품을 두고 “종교 사진은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걸 수 없다”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들었다. 문제가 된 사진은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 안에 있는 예수의 십자가상을 촬영한 작품이다.

평택시국제교류재단 A팀장은 “재단 설립취지에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종교사진은 전시를 못한다는 것이 재단의 공식 입장”이라며, 당초 작품과 걸개 현수막 등을 게시토록 했던 방침을 바꿔 “건물 외벽에 어떤 게시물도 걸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수연 조직위원장은 “종교에 대한 편견, 대관 행사임에도 주최 측에 대한 사전 검열, 송탄국제교류센터 측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전시를 철수해도 무방하다는 자세, 말썽이 없도록 이미 허락한 외부 게시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보복성 행위, 민원은 걱정해도 예술가의 창작 원리와 표현의 자유를 묵살하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태도, 이게 평택시가 설립한 공공기관의 정당한 행정이고 공식 입장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또한 “전국 어느 사진전에 종교 소재의 작품을 안 되는 곳이 있으며, 어느 전시에서 천주교 소재가 민원의 대상이 된 적이 있는가”라고 되묻고, “그곳에 구걸하러 간 것이 아니다. 이런 행태가 평택시국제교류재단의 공식입장이라면 어느 예술가나 단체가 평택에 작품을 출품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차상돈 평택시국제교류재단 사무처장은 <평택시사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시 전에 무엇을 전시할 것인지 작품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제가 미리 알았다면 담당 팀장의 이 같은 행위를 사전에 막았을 것”이라는 말로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평택시국제교류재단의 공식 입장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이수연 바깥전 조직위원장은 이날 차상돈 평택시국제교류재단 사무처장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정장선 평택시장의 유감 표명을 들은 후 1위 시위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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