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리 슐레비츠(Uri Shulevitz)는 그의 유년기에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당시 4살이었던 그는 어린나이에 비행기 폭격과 그로 인한 거리의 시체와 무너진 건물들 그리고 생사를 건 탈출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기억들로 인해 훗날 그의 그림책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자연을 회색 도시의 삭막함과 대비하여 표현하였다.
유리 슐레비츠는 1969년에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칼뎃콧 상을 수상한 뒤 그림책 작가로 이름을 알린 후 동양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사색적이고 관념적인 동양 철학의 심오함에 매혹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은 그의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그의 그림책 <새벽 Dawn>에서 그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새벽>은 유리 슐레비츠가 1974년에 중국 당(唐)시대의 문인 류종원(柳宗元)이 쓴 칠언시 <늙은 어부>를 접하고 영감을 얻어 제작한 그림책이다.
푸르스름한 호숫가의 새벽은 희미하고 어둡고 차갑고 고요하다. 달빛은 호수를 비추고 그 주변의 모든 것은 고요하다. 미동 없이 달빛을 비추던 호수가 실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느릿하게, 나른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호수 주변의 생물들이 미동한다.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며 나무 밑에서 자고 있던 할아버지는 옆의 손자를 슬며시 깨운다. 두 사람은 호수에서 물을 길어오고 아침을 준비한다. 밤사이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 배를 밀어 호수 한 가운데로 나아간다.
짙은 푸름만 가득했던 호숫가는 어느새 산이 물에 비쳐 산과 호수가 녹색 빛으로 하나가 된다. 온통 찬란한 햇빛으로 물들은 호수를 할아버지와 손자가 배를 타고 나아간다.
<새벽>은 이와 같이 달이 저물고 해가 산 사이로 떠오르기까지 시간의 순서대로 새벽을 묘사한다. 어둡고 희미한 새벽녘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풍으로 호수가 흔들리며 물안개가 느릿하게 피어오르며 아침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독자는 어떤 부분은 가까이에서, 어떤 부분은 아주 먼 곳에서 호숫가를 바라보며 새벽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고요함 속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를 따르고 도와드리는 손자와의 관계를 통해 찬란한 햇빛으로 가득한 아침으로 함께 나아가는 희망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늙은 어부 밤새 서쪽 산 절벽 아래에서 머무르고,
이른 새벽 상강물을 치는 소리와 초나라 대나무 태우는 연기 오른다.
새벽안개 흩어지고 태양이 떠올라도 뵈는 이 없고,
그저 뱃노래 소리 들려오는데 물에 어린 산수는 푸르고 푸르구나.
머리 돌려 바라보니 멀리 하늘 끝서 강물 줄기 흘러오고,
절벽 위에 흰 구름은 무심히도 서로 좇네.
- 늙은 어부, 류종원 -

 








박원진 사서
평택시립도서관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