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순리로 고품질 산양유 보급”

틈새시장 파고들어 소규모 농장 운영
성공은 멀었지만 노력 멈추지 않을 터

 
도전에는 용기와 더불어 열정과 끈기,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때로 도전으로 인한 성공이 젊음이나 패기에서 나오는 용기보다 자신의 의지에 따른 열정과 끈기와 노력의 편에 서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산양 2마리로 시작한 새로운 도전
“수원에서 살다가 2006년 말에 귀농했을 때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싶어도 이곳까지 배달을 와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외진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산양유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유를 먹일 수 없다면 산양유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2008년 두 마리를 구입해 직접 키우게 되었습니다”
가축이라고는 키워본 적 없는 자연산양농장 김용진(54) 대표는 막상 산양을 길러 젖을 짰어도 이걸 그냥 먹여도 될지, 아니면 살균을 해서 먹어야 할지도 몰라 이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공부를 해야만 했었다고.
“공부를 하다 보니 산양의 좋은 점에 대해 알게 되더군요. 젖소는 사람보다 몸집이 크고 지방도 크기 때문에 그냥 먹으면 소화가 안돼서 지방을 작게 깨뜨리는 균질처리를 하게 되죠. 그렇지만 산양은 사람하고 몸집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방의 크기도 사람과 비슷해서 그냥 먹어도 소화가 잘 되는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키우던 산양의 젖을 깨끗이 닦아낸 뒤 짜서 아이들에게 바로 먹였었지요”
김용진 대표는 산양유를 먹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집에서 산양을 키워 젖을 짜내 바로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산양은 붙임성이 강하고 순한 동물이라서 마당이 있다면 한 두 마리쯤 키우는 것도 괜찮다. 더욱이 깨끗한 환경에서 키우는 산양은 굳이 살균처리를 할 필요도 없으니 산양유의 영양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세상의 위기는 내게 기회의 시기
“젊어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가진 게 없었으니 무언가 시작을 해야 했어도 자본이 들어가지 않는 걸 생각해야 했어요. 그러다 생각한 게 바로 자전거수리점 이었죠. 남의 밑에서 일하지는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었고 어려서부터 손재주도 있는 편이어서 4평정도 되는 가게를 빌려 시작했는데 컴퓨터가 막 보급되던 시기에도 고객관리를 위해 엑셀을 사용해 철저하게 관리했어요”
비록 작은 자전거수리점을 운영했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누구보다도 철저했던 김용진 대표는 당시로서는 드문 고객관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아갔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업도 안정을 찾아갔지만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법한 도시인으로서 살아야하는 각박함과 도시생활의 염증이 그를 찾아오자 그는 아내와 합의를 거쳐 시골로 이사했다. “저는 사람들이 대부분 저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에 IMF가 와서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쳤을 때 저는 아파트를 구입했고 땅을 샀거든요. 또 산양농장은 다들 망하기 쉽다고 말릴 때 저는 어디에도 납품하지 않고 적게 벌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에게 직판을 하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생각으로 산양농장을 시작했고 체험농장도 함께 했습니다. 그만큼 하는 사람도 많지 않죠. 물론 지금도 시작단계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김용진 대표는 자신이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어려운 틈새시장을 선택하는 만큼 남다른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산양농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국을 다니면서 산양농장이 잘 되지 않는 이유를 일일이 파헤쳐 반면거울로 삼은 것은 물론 미래를 위해 만약을 대비한 몇 가지의 포트폴리오를 미리 준비해 두기도 했다고.

산양유 기반의 다양한 포트폴리오
“저희가 생산하는 산양유는 균질처리를 하지 않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위에 노랗게 지방층이 뜨게 됩니다. 그건 모유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건 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냥 흔들어서 마셔도 됩니다. 산양유는 우유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이용해온 것임에도 생산량이 적어 대량공급이 어렵습니다”
김용진 대표는 이런 이유로 소수의 주문고객들에 한해서 제조일자가 아닌 착유일자를 기재하고 저온살균과정을 거쳐 진공포장한 뒤 직접 우체국 택배로 산양유를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는 산양유 비누를 직접 만들어 시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듀팜으로 선정돼 교육장소로도 업그레이드 돼 올 3월 개장에 맞춰 새롭고 다채로운 여러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산양농장은 자본주의의 상업으로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안전한 먹거리 우선의 농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고품질을 생산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볼만 하다는 김용진 대표의 생각이다. 공급이나 수요도 적어 대규모로 하기엔 어려운 만큼 사람을 쓰지 않고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한다는 김용진 대표, 그러나 자신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생산해내는 고품질의 산양유를 통해 자신을 믿어주는 고객들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웃는 그의 미소는 왠지 순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집스러움을 지켜가는 산양과 참 많이 닮은 것처럼 느껴졌다.(청북면 고렴리 1061번지/010-9853-5869)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