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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의자들
배두순
결빙기가 되면 얼음 원탁을 중심으로 얼음 뚜껑으로 봉해진 저수지에 물끄러미 지켜보던 저수지의 의자들 |
한겨울, 사람이 찾지 않는 저수지에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풍경은 자못 쓸쓸해 보인다. 그러나 꽁꽁 언 저수지 물 위로 내리쬐는 한낮의 햇빛은 그런 쓸쓸함을 일시에 거둬버린다. 얼음바닥에 부딪쳐 산산조각 났던 햇살들은 신나게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그러다 다시 하나로 뭉쳐 투명하게 일어선다. 그 형상이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다. 시인은 그 모습에서 “산산조각이 결코 생의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발견해 내는데, 그것은 혹독한 삶의 한가운데서 만나게 되는 위로 같은 것…. 그래서일까, 그저 빙 둘러앉아 침묵이나 주고받거나 터진 옆구리를 여미며 잠을 설치던 의자들도 그 모습을 보며 몸을 데우고, 혹한의 겨울을 맞은 것처럼 쓸쓸하던 우리네 삶도 시를 읽으며 얼었던 마음이 녹듯 어느새 훈훈함을 느끼게 된다.
임봄/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