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야생마

 

김영자

 

말의 다리에는 거친 되돌이표가 달려있어
발굽소리가 하루에 몇 번씩 천장을 뚫는다
그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웃들을 위하여 집안에서는
말을 키우지 말라는 안내방송의 
스피커는 말들의 뒤를 밟아
계단의 뒤꿈치를 슬금슬금 쫓고 있다
남의 집 문 앞에 벌컥 서 있는 그녀
초인종을 곤두세운다
위층과 아래층을 사이에 두고
시도 때도 없이 방음벽을 뛰어넘어
다른 행성으로 보내달라고
지구에서 올라온 그녀
스스로 길들인 입을 조아린다
어금니를 씹는 말이 끝나기도 전 잔등에 올라 탄
말떼들의 발굽소리가 평원을 채찍질 한다
아파트 천정에 야생마가 돌진해오고 있다
푸른 초원의 휴일을 뚫고 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말떼가 우르르 쏟아진다

 

 

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은 마치 외계의 행성에서 온 야생마 같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계의 야생마들에게 지구의 복잡한 규칙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파트는 위도 아래도 지구인들이 사는 공간, 부모는 야생마들이 뛸 때마다 초인종을 눌러대는 아래층 지구인들을 달래기도 쉽지 않다. 아래층 지구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휴일은 집에서 쉬고 싶은데 천정에서 야생마들이 달리기를 하니 오죽하겠는가. 외계의 야생마들에게 지구의 언어와 규칙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부모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지만 그럼에도 부모는 꿈꾼다. 내 사랑하는 야생마들이 지구의 언어나 규칙 따위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야생성을 마음껏 발현하는 그런 환경이 주어지기를….

임봄/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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