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역사문화유산 알릴 것”

 

독일과 한국에서 20년 교수 재직
<조선, 아내 열전> 등 30여 권 발간

 

 

“지역 역사문화유산을 시민이 더 쉽게 접근하고 누릴 수 있도록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역사를 전공하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백승종(65세) 전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과수원집 장남으로 태어나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이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린 시절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에도 소질을 보여 종종 학교 대표 선수로 대회에 나가기도 했으며, 리더십까지 뛰어나 전교회장을 맡기도 했다.
“저희 집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잣집이었습니다. 생활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시대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버지가 공산당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셨기 때문이죠”
백승종 교수는 어려서부터 연좌제로 인해 자신의 미래가 험난할 것을 예상했다. 이러한 환경은 사회 부조리에 일찍이 눈을 뜨게 했고, 그는 역사를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전문 역사책과 고전문학, 심지어는 대학교수의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죠”
백승종 교수는 고교 졸업 후 전북대학교 사학과에 진학했다. 무엇보다 동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동학농민운동의 배경이 된 지역에서 이를 배우고자 했다.

역사 교수가 되다
대학 졸업 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군 복무를 마치고 석사 학위를 받은 백승종 교수는 1년간 교사 생활을 한 뒤 1987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군대에 간 사이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더 이상 연좌제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사를 전공했으나, 서양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어떻게 연구하고, 기록하는지 배우고 싶어 유학을 결정했죠”
그는 독일에서 서양의 역사와 사회학, 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배웠다. 박사 학위를 딴 뒤 1990년에는 현지에서 교수로 임용돼 활동하기 시작했다.
“문화적 차이가 있었기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호기심이 이를 견딜 수 있게 했습니다. 유럽 사회를 좀 더 꼼꼼히 둘러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1999년 3월 한국으로 돌아온 백승종 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일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한국사회의 변화에 어떤 식으로라도 기여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해 돌아왔습니다. 당시 거시적인 역사적 구조보다는 인간 개인이나 소집단의 삶을 탐색하는 ‘미시사’를 소개하고 그 연구법으로 한국사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미시사’는 당시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백승종 교수도 이를 통해 동학 등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며 사람들에게 알렸다.

평택에 정착하다
백승종 교수는 2003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재직한 뒤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독일에 남아있던 자녀들의 생활을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
1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5년간 출판사에서 일한 그는 2009년 충남 홍성에 위치한 대안학교 ‘풀무학교’에서 일하게 되며, 서울과 홍성 양쪽을 오가기 쉬운 평택에 정착했다.
“2011년부터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서 역사 강의를 시작하면서 지역사회와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이때의 인연으로 도서관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도서관에서 많은 시민을 접한 백승종 교수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역사문화와 관련된 시민사회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소사동 대동법시행기념비 주변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한 뒤 이를 잘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부탁을 받고 금요포럼에서 이와 관련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문제를 조사하면서 시민과 함께 지역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역사와 문화가 단순히 관광의 대상도, 자랑거리도 아니며, 이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교류하는 과정이 세계화, 국제화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 자체가 살아있는 공유재이고, 이를 잘 보존하고 시민과 함께 누리는 것이 필요한 이유죠”
최근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함께 포승읍 원정리 괴태곶봉수대를 찾아 해군과 시민이 이를 공유할 방안을 고민한 백승종 교수는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더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지금까지 30여 권의 책을 발간한 그는 지난 1월 <조선, 아내 열전>을 펴냈고, 이달 <제국의 시대> 발간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 지속해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백승종 교수가 오랜 기간 역사학자로서 쌓아온 지혜를 평택 지역사회를 위해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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